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분화된 전북의 정치권력을 재편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북에선 이번 지선 결과에 따라 ‘포스트 SK(정세균)’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북정치권 막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던 정세균 노무현 재단 이사장(전 국무총리)이 지난 대통령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것을 계기로 지역정치에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의 대선 예비후보 사퇴 이후 다분화 된 권력지형은 올해 지선이 끝나고, 주도권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전북정치권에선 김성주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과 송하진 전북지사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지역정치권 내 자신들의 후계를 양성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40대 이하 청년정치인 육성과 국회 내 자신의 캐릭터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송 지사의 경우 전주시장 후보 중 3명(조지훈·우범기·이중선)이 송하진 도정에서 핵심 보직을 맡은 인물이다. 김제·부안 이원택 국회의원 역시 송하진 도정에서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송 지사의 경우 중앙의정 경험 대신 단체장으로서 입지를 다져온 인물인 만큼 당내 실력행사와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현재까지 5번 이상의 선거를 치르며 다져온 조직이 그를 뒷받침하고 있다. 가장 치열했던 전북도당위원장 선거 역시 지역 정치권 헤게모니 전쟁과도 연관이 있다. 당시 후보군은 김성주, 이상직 의원이 거론됐지만 이상직 의원은 사실상 도당위원장에 나설 수 없는 상태였다. 대신 이원택 의원이 후보로 나서 김 위원장과 경쟁을 벌인 바 있다.
김윤덕, 안호영 의원, 김관영, 유성엽 전 의원이 도지사 출마에 나선 것도 이러한 흐름을 저지하고 자신들의 행보에 승부를 걸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SK로 대표됐던 전북정치에서 ‘자강·자립의 기회가 바로 지금’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당선이 곧 당선’으로 인식되는 전북의 경우 누가 지역 내 당권을 장악하느냐가 앞으로 정치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나 다름없다. 이는 곧 ‘전북의 실질적인 공천권을 누가 장악하느냐’ 와도 연관이 깊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방선거 공천을 계기로 김성주 도당위원장이 SK영향권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통해 독자세력을 구축하는 분위기다.
“권력은 나눠가질 수 없다”는 말처럼 과거 전북정치의 헤게모니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대표(이하 DY), 정세균 전 총리(이하 SK)가 사실상 장악해왔다.
2000년대 이후에는 통일부 장관, 열린우리당 의장, 여당의 대선 후보를 역임했던 DY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지난 1996년 무주, 진안, 장수 지역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SK가 전북정치에 막전막후의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DY가 호남 다선의원 수도권 차출론에 의해 서울 동작을과 강남을에 잇따라 출마해 고배를 마신 이후다. DY는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서 2위로 낙선했고, 바로 이듬해인 2009년 상반기 탈당을 감행하고, 텃밭인 전주 덕진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때부터 당내 권력의 무게 추는 DY에서 SK로 완전히 기울기 시작했다. SK는 2010년도 이전부터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전북출신 민주당 정치인 공천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셈이다.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당선된 이후에는 전북정치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
전북정치와 선거판에서 SK를 빼고 논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의 세력은 막강했다. 전·현직 전북도의원 80명이 정세균 전 총리 지지선언을 한 점도 그의 위상을 짐작케한다.
하지만 대선 전후 이재명 상임고문이 당의 완전한 주류로 등장하며 그를 보좌했던 전북정치인들의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표적인 SK계로 분류됐던 김성주, 안호영 의원의 홀로서기 움직임이 본격화된 시점도 대통령 경선 당시부터다. 김 의원은 SK계 내에서 정책 실무기획통 역할을 해왔다. 정 총리의 지역구 후계자로도 불리는 안 의원은 정무적 부문에서 정 전 총리를 보좌했다. 이들은 대선 경선에서도 정 총리 산하에서 활동했고, 정 전 총리 중도 사퇴 이후엔 이재명 후보를 도왔다. 김윤덕 의원이 곧바로 이재명 후보 지지를 표명하고, 가장 빠르게 도지사 출마 선언을 한 것 또한 당내 주류로 도약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
"전북정치에서 당장 DY, SK에 필적하는 정치인이 등장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주장도 적지 않다. 포스트 SK가 등장하려면 중앙정치권에서 그 존재감을 우선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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