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정치·언론·행정에 대한 도민들의 불신을 키운 ‘선거브로커’ 사태와 관련,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 차원의 대(代)도민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검·경의 수사 진행상황을 도민이 접할 수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기소된 사실조차 비밀리에 부쳐지면서, 지역사회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때문이다. 사건에 대한 쟁점 역시 소문만 무성할 뿐 명확한 ‘사실여부’가 밝혀진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선거브로커 사태와 관련 엉뚱한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급기야 전주시민회 등 도내 일부 시민단체는 녹취록에 나오는 인물과 업체의 실명을 전부 공개한데 이어, 주요 수사 자료인 ‘녹취속기록’ 일부를 거의 그대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재했다.
전례 없는 사건임에도 수사기관이 사건에 대한 공개브리핑을 삼가는 것은 ‘피의사실공표 금지조항’의 영향이 크다. 피의사실 공표금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최근 언론과 수사기관 관계의 흐름에 피의사실 공표죄는 하나의 ‘정언명령’처럼 여겨지면서 언론과 시민사회와의 소통활동이 위축됐다. 실제 이번 선거브로커 수사는 소수의 관련자들만 아는 깜깜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피의사실공표죄' 는 형법 제126조에 규정된 것으로, 검찰·경찰, 그밖에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사람이나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공직자가 수사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검사가 특정한 형사 사건에 대하여 법원에 심판을 요구하는 일=공소제기)전에 공표한 경우 성립된다.
하지만 전북을 떠들썩하게 한 ‘선거브로커’ 사태의 주요피의자 2인은 이미 구속기속된 상황으로 최소한 검찰이 기소한 사실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공통된 입장이다. 현행법은 기소가 이뤄진 사안에 대해선 피의사실 공표금지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혐의가 밝혀진 사실과 수사 중인 사안을 분리, 소문만 무성한 선거브로커 사태의 실체와 오해를 함께 풀어야한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녹취록 속에는 거짓과 사실이 혼재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객관적인 데이터를 도민들이 접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불필요한 피해 역시 최소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최근 학계에선 피의사실 공표죄가 논란이 된 이후 언론과 수사기관 관계에 변화가 생겼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등은 학내 연구소 학술지 '언론정보연구'에 '피의사실을 둘러싼 경찰과 언론의 상호작용'이란 논문을 게재하고, 피의사실 공표죄가 권력자들의 방어 수단으로 쓰일 우려를 제기했다.
해당 논문은 “수사 기관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서도 '피의사실 공표'를 명분으로 소극적 언론 대응을 하면서, 오히려 비공식적인 정보 제공 루트가 활성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면서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명확하고 구체적인 언론 대응 기준을 만들어 일관성 있게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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