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민주당 텃밭이라고 하지 도대체 민주당이 전북을 위해 해준게 뭐가 있나.”
더불어민주당의 뿌리인 전북 등 호남민심이 싸늘하다. 추석 연휴 동안 곳곳에서 민주당에 대한 깊은 실망감이 표출되며 차기 총선을 앞두고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물가는 연일 오르고 환율도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는 등 민생은 파탄나고 윤석열 정부의 무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추석 연휴 기간에 만난 택시기사 김모(62)씨는 “선거때마다 민주당에게 표를 몰아줬는데 돌아온 것은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며 “지역의 오랜숙원 사업인 남원 공공의대, 제3금융도시 등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이어지고 '말로만 전북'을 외치고 있는 꼴을 보니 이제는 민주당도 못 믿겠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모두 당선된다고 생각해 전북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다. 차라리 충청권처럼 표를 골고루 줘야 한다”며 “1년 7개월뒤 치러질 총선에서는 당 보다는 인물을 보고 투표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영업자 박모(45)씨 역시 “선거때만 반짝 등장해서 지지를 호소하고 당선증만 받으면 언제 그랬느냐 듯이 태도가 바뀐다”며 “지역 유권자를 무시하는 민주당 행태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민선 8기가 시작한 지 석 달도 안돼 민주당 소속의 단체장들이 선거기간에 불거진 위법 행위들로 경찰과 검찰을 오가고 있다”며 “내 손으로 뽑은 지역일꾼의 역량을 많이 기대했는데 외려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민주당이 이제는 확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중개업자 박모(52)씨는 초라한 전북 정치의 현실을 꼬집었다. 이는 관록과 존재감을 과시하는 현역은 전무한데다 최근 새로 구성된 민주당 지도부에 최고위원을 배출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씨는 “한때는 대선 후보를 지냈던 정동영 전 의원이나 국회의장·국무총리를 역임한 정세균 전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다수 포진했었는데 이제는 중앙정치 무대에서 전북정치의 현실은 초라하다”며 “전북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이 없다. 지역구 예산 확보 등에서도 ‘파워 게임’에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의 새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8·28 전당대회가 끝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전북 등 호남민심은 전당대회를 외면했던 민심 그대로였다. 실망감은 투표율로 그대로 나타났다. 전북은 올해 3월 대선에서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투표율 80.6%로 전국 세 번째를 기록했다. 하지만 6월 지방선거에선 48.7%로(전국 평균 50.9%)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급기야 8·28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율은 34.07%로, 전국 평균(37.09%)에 미치지 못했다.
저조한 투표율은 전당대회 결과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호남 출신 의원이 단 한 명도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한 것이다.
전북 의원들은 이번 8·28 전당대회를 포함해 지난 12년 동안 선출직 최고위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1대 국회 당시에는 한병도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호남 단일주자로 최고위원 도전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다. 최근 새로 출범한 민주당 지도부 주요당직에 재선인 안호영(완주·진안·무주·장수) 의원과 김윤덕 의원(전주갑)을 각각 수석대변인과 특보단장에 임명해 전북 몫으로 배려했다지만 지역정가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전북도당위원장은 "(호남에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이유는 대선 패배(정권 재창출 실패)이후 허탈감이 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가장 큰 문제는 남원 공공의대 등 현안 해결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법안 등 묶여있던 지역현안 1∼2개를 연내에 해결한다면 돌아선 민심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민주당이 승리하는 정당이 되어야만 호남에 역동성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육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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