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잼버리 파행에 대한 여야 정쟁이 계속되면서 그 불똥이 지방정부 예산 문제로까지 번졌다. 여권에선 “정부를 비난하면 앞으로 지방자치의 미래는 없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나왔으며, 정부는 지자체 예산에 고삐를 잡겠다며 자치단체 기강잡기에 나섰다.
이 같은 흐름에는 '지방정부는 중앙의 예산을 빨아먹는 존재'라는 의식이 깔려있다. 심지어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1100억 원 행사를 위해 11조 원의 새만금 예산을 전북이 가져간 탐욕스러운 지자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취재결과 실상은 달랐다. 올해 예산을 분석한 결과 전북은 1%의 국세를 내고, 1%의 국가예산을 받았다. 사실상 자급자족 수준의 예산을 줘 놓고 전북 전체를 파렴치한 지역으로 몰고 있었다.
△잼버리 정쟁, 지방정부 예산 논쟁으로 불똥
정부여당이 새만금 잼버리의 실패 원인을 ‘전북도의 무능과 부패’라고 지목한 가운데 이 논의가 지방정부 예산 확보 문제로까지 확장됐다.
일부 중앙언론은 지방을 예산철만 되면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징징대는 존재라고까지 보도했다. 표현의 정도는 달랐지만 잼버리 사태의 이면에는 국가 생산성에는 한줌의 보탬도 안되면서 국가예산만 받아먹는 게 바로 '지방'이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전북도를 두고 “탐욕스런 지자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전북일보 취재결과 전북은 매년 낸 만큼의 세금을 국가예산으로 돌려받은 것에 불과했다. 잼버리대회를 치른다 해서 예년 대비 특별하게 더 받아간 예산도 없었다. 전북 국가예산에는 항상 새만금 예산이 포함되는데 이를 더해도 전북 예산은 전체 국가예산의 1% 비중에 그쳤다. 전년에 국가에 낸 세금(지자체 징수 제외) 역시 1%였다.
국민의힘에서 주장하는 ‘잼버리 한탕극’으로 특정 지자체가 국가예산을 천문학적으로 확보하는 일 또한 국가 예산 배분구조 상 이뤄질 수도 없는 일이다.
△전북 3% 경제, 1%세금, 1%국가예산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그리고 전북도가 집계한 내용을 종합하면 올해 전체 국가예산 683조 7000억 원 중 전북도가 확보한 예산은 9조1595억 원이었다. 이는 전체 예산의 1.4% 수준이다.
국가예산은 크게 국가기관사업과 국고보조사업으로 나뉘는데 중앙이 직접 집행하는 사업에는 3조 4328억원, 보조사업에는 5조 7267억원이 배정됐다. 이중 전북도 자체재원인 도비는 6512억 원이 매칭됐다. 도비를 빼면 전북은 전체 국가예산 중 고작 1.2%를 받았다.
전북의 지역 내 총생산 비중(2021년 기준)이 전국 2.7%임을 고려하면 지역 총생산보다 오히려 적은 예산을 받은 것이다. 2021년 기준 전북 GRDP(지역내총생산)는 55조 5000억 원이다.
이러한 수치는 국가예산 투입 대비 생산성도 없이 천문학적인 예산만 뽑아먹는 지역이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전북도민들은 전년도인 2022년에 얼마만큼의 세금을 국가에 냈을까.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384조 2494억 7200만원의 세금을 거둬들였다. 이중 전북에선 3조 8841억 2800만원이 징수됐다. 전체 국세의 1.01% 규모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지방정부에 대한 예산 배분과 세금 징수는 지역 내 총생산(GRDP)과 인구수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특정지역 예산 폭탄은 사실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수사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계만 놓고보면 전북은 1%의 세금을 내고 1%의 국가예산을 가져갔다”며 “전북의 지역 내 총생산 규모와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SOC만 눈독(?) 유별난 ‘전북 이기주의’ 사실일까
여권과 언론은 전북이 개발사업에만 눈독을 들이는 탐욕스럽고 후안무치한 지자체라 평가하고 있다.
과연 사실일까.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국가예산 중 1%에 불과한 전북 전체예산에서 국토 및 지역개발 예산은 5%에 불과하다. 교통 및 물류관련 예산은 4%로 이는 새만금을 비롯해 14개 시군을 통합한 수치다. 여기서 새만금 권역이 아닌 다른 시군 예산을 분리하면 새만금에 투입되는 예산은 이보다도 비중이 더욱 떨어진다.
일례로 전북을 탐욕스런 지자체라고 폄하했던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은 국토 및 지역개발 예산이 7%다. 교통 및 물류도 5%의 비중을 차지했다.
여권 일부에선 지방공항 무용론을 이야기 했지만, 새만금 국제공항 예산은 고작 8000억원이다. 반면 부산 가덕도 공항은 14조원, 대구경북 신공항 사업은 후적지 개발까지 포함하면 30조원 규모다. 특히 새만금 개발사업이 대부분 중앙 부처에서 직접 집행하는 ‘국가사업’이라는 점에서도 현재 여야를 막론한 비난은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새만금 SOC인프라 구축은 지난 대선과 지선에서 국민의힘이 약속한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여권은 과거 잼버리를 언급하기 보단 전북경제 발전을 위해 새만금에 파격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새만금 사업은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새만금 위원회의 새만금 종합계획에 의해서 이뤄지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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