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이후 조용했던 전북정치권이 6~8월을 기점으로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6월 국회 상임위 배분과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역정치권 내부의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전북 3선 이상 중진들의 입지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여의도 정가에 따르면 지난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6선의 추미애 당선인이 5선 우원식 의원에게 지는 이변이 발생하면서 생긴 파장은 원 구성 협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추 당선인을 지지하는 권리당원들은 그가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지 못하는 대신 법제사법위원장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최근 열성 당원들의 릴레이 탈당과 SNS 반발 등에 당황한 민주당 지도부는 경선 후폭풍이 잦아들지 않자 ‘추미애 법사위원장’ 카드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당원들의 불만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원내 구성 협상에서 강경파 인물들을 전면에 배치해 당원들의 분노를 잠재워야 하는 게 첫 과제”라고 귀띔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국회에서 말하는 관례가 이제는 거의 의미가 없어졌다”며 “강성 지지자들이 댓글과 SNS 등을 통해 중도층을 공략하기에 과거처럼 중도전략이 사실상 사라진 게 지금 여야 정치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지도부 일부 인사들도 추미애 법사위원장설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법사위원장에는 정청래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공개적으로 자신이 적임자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추 당선자는 국회의장 경선에 나갔을 뿐만 아니라 당 대표와 바로 전 정부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고, 과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기에 지금 상임위원장을 맡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당내에서 분분하다. 그가 위원장을 맡으면 도내 3~5선 의원들이 운신할 수 있는 명분도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다만 법사위원장은 특수한 상황으로 도내 정치권에 미칠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6선 법사위원장의 등장할 경우 5선 정동영 당선인과 4선 이춘석 당선인의 보폭을 다르게 할 수 있다. 3선으로 농해수위 위원장을 노리는 안호영 의원과 행안위원장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한병도 의원도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 의장에 대선 후보를 했던 정 당선인의 경우 국토위원장을 주장할 수도 있고, 1년밖에 기재위원장을 하지 않았던 이 당선인도 핵심 상임위원장직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진 중 비교적 젊은 편인 안 의원과 한 의원은 선배 중진 정치인들이 후배 중진한테 자리를 양보하는 관행이 남아있어야 국회 전반기에 원하는 상임위원장을 맡기에 용이할 것이란 평가다.
지역정치권에는 상임위원장 선출보다 더욱 빅이슈인 전북도당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의 문제도 남아있다. 22대 전반기 전북도당위원장은 21대 국회 후반기 때부터 도당위원장직에 관심을 밝힌 이원택 의원에 대한 만장일치 추대냐 다른 재선의원인 신영대 의원과의 경선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윤준병 의원의 경우 도당위원장 대신 상임위 간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당위원장은 도당위원장을 맡지 못했던 재선의원들 몫으로 분류되기에 전반기와 후반기 도당위원장에 대한 협의가 사전에 이뤄질 수도 있다.
초선의원 중에선 법사위 배정이 유력한 이성윤 당선인의 거취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당내에서 영향력이 커진 추 당선인의 파트너로 거론되는 그는 최고위원직에 나설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앞으로 두 달간 있을 전북정치권의 사건들은 지역정치에 4년 이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전북정치권 관계자는 “도당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지방선거의 판도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북 정치의 향후 6년이 2달 동안의 내부 경쟁에 따라 정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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