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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발칙한 상상 6 - 이민 사회를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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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붕 도서출판 파자마 대표

합계출산율이 0.7명 이하다. 어른 세 명이 아이 한 명을 낳아 기른다는 의미다. 어떤 학자는 백 년이 안 되어 지도상에서 한국인에 의한 한국은 없어질 거라 경고한다. 한국 여성들의 출산 파업이 장기화되고 젊은 남성들이 동조 파업에 나서니 당분간 좋아질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수백조 원을 수십 년간 쏟아부어도 소용없다. 젊은 세대들이 죽자고 아이를 낳아 키우지 않으니 경제 전반에 걸쳐 우하향 추세가 한층 빨라져 경제가 무너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앞으로 잠재성장률이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접어들 일만 남았다. 시간이 없다.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세계 최강국 미국은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다. 아직도 진입장벽이 높지만 이민에 의해 활력을 얻는 사회다. 늙어가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인종과 종교의 다양성, 사고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사회는 끊임없이 갈등하고 융합하는 가운데 통합의 길을 향한다. 노동시장과 종교, 인종 갈등이 산발적으로 일어나지만 이는 성장하기 위해 치르는 피할 수 없는 성장통이다. 이 거대한 여정은 시끄럽지만 한 국가의 발전 동력이 된다. 이제 한국은 피할 수 없이 멸망이냐 유지냐 둘 중 하나만 있고 제3의 길은 없다. 어쩔 수 없다면 개방적인 이민 정책를 수용하는 데 있어 경제와 문화 등에서 한국의 위상이 최고에 이른 지금이 최적기다. 시든 과일을 비싼 값에 사갈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성숙한 이민 사회를 선제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을 가기 위한 우리의 준비는 어떠한가?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각종 갈등과 마찰이 예상된다. 이민자가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적응・자립하는데 필수적인 언어 교육, 직업 훈련, 문화 교육 등의 기본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다.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고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는 한국 사회의 원주민들은 규범적으로 외국인을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관계 맥락에서는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 않는다. 또한 현재 한국의 이민정책은 이주노동자에게는 배제지향의 정책프레임이 작동하고 여성 결혼이민자에게는 동화지향의 정책프레임이 작동하여 모순을 드러낸다. 이런 조건에서 성공적인 다문화 사회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타문화에 대한 존중이 우선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제안으로는 ‘차별금지법’ 제정, 그리고 이민 관련 전담 기구인 ‘이민청’ 설립을 통해 다문화 사회의 토대를 쌓는 것 등이 거론된다. 노동시장의 요구와 이민정책을 연계해야 하며, 이민자들의 법적 보호와 인권 존중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이민자와 현지 주민간 상호 이해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이 필요하다. 이민자들이 돈 벌어 본국에 송금이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슬람 사원 건축을 반대한다고 노골적으로 길을 막고 돼지고기 파티나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걱정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긴 시간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한 이민정책의 변화를 꾀해왔다. 이제는 우리도 한국의 특정 상황과 요구를 고려하여 전향적인 이민정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시간은 별로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문상붕 도서출판 파자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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