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특히, 법으로 제정돼 우리 사회에서 관례로 굳어졌다면 더욱 그렇다.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일명 ‘대광법’은 1997년 제정됐다. 교통문제를 광역적인 차원에서 해결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도시권 기준을 특별시와 광역시 유무로 정하면서 특정 지역을 소외시키는 지역차별법으로 전락했다.
필자가 그 당시 국회의원이었다면 필사적으로 반대했을 법이다. 그러나 이미 27년 전 대광법은 통과됐고, 오랜 세월 그 법에 근거해 국비 지원이 이뤄졌다. 전국적으로 약 177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동안 광역시가 없는 전북, 강원은 단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법은 효력의 범위에 따라 일반법과 특별법으로 구분된다. 일반법은 전 지역,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나 특별법은 특정한 지역이나 대상에게만 해당한다. 대광법은 특별법 형태를 띠고 있지만, 모순적으로 대다수에게 이익을 주는 일반법 성격을 갖고 있다. 특정 지역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특정 지역만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대광법은 제정 당시부터 위헌적 측면을 내포하고 있었다.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하고, 이미 오랜 관례처럼 굳어진 현행법을 사수하려는 세력과 쉽지 않은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우리 전북에 또 다른 ‘대광법’이 될 수도 있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바로 통합논의다.
대구‧경북에 이어 부산‧경남, 대전‧충남 등 광역권 통합이 전국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월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2026년 7월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행정 통합을 위한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 11월에는 대전시장과 충남도지사가 통합 지자체 출범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부울경 특별연합 무산을 경험했던 부산시와 경남도도 최근 행정 통합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상황이 이러한데 마땅히 통합대상이 없는 전북은 조용하다. 침묵이 계속된다면 전북은 또 소외되고,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침묵은 더 이상 금이 아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한번 굳어진 체제를 뒤흔드는 것은 훨씬 어렵다. 전북도 일단 통합논의에 뛰어들어야 한다.
광역권 통합이 어렵다면 내부 통합을 통해 광역권 통합에 상응하는 정부 지원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 새만금 메가시티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를 제안한다. 기존 새만금 권역인 군산, 김제, 부안에 익산까지 포함해 인구 100만 명의 메가시티를 조성하자는 구상이다.
필자는 지난여름 <전북의 생존전략 ‘메가시티’>라는 제목의 의정단상에서도 전북 몫을 챙길 수 있는 돌파구로서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을 제안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 1호 공약도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 비용을 정부에게 요청함으로써 자칫 광역권 통합논의에서 소외될 수 있는 전북 몫을 챙길 수 있지 않을까.
이번 국정감사 과정에서 그동안 정치권이 전북 소외를 덮어두고 외면한 대가가 무엇이었는지, 목소리를 높이니 어떤 변화가 있는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작정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전국이 통합논의로 분주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은 정부 지원을 끌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행정구역 정리가 쉽지 않아 지지부진했던 새만금 개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새만금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논의를 시작하자.
이춘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익산시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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