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대학가는 요즘 선거 열풍으로 뜨겁다. 올해의 화두인 지방선거나 대선 못지 않은듯 하다. 5월 9일로 선거일을 정한 전북대를 선두로 전주교대, 군산대 등 도내 3개 국립대가 올해 선거를 치러야 하고 원광대 또한 10월께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그 가운데 전북대 총장선거는 올 첫선거인데다 도내 대표대학으로서, 도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주화의 열망을 담아 지난 90년 5월 총장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이번이 4번째인 전북대 선거는 현재까지 8명의 교수들이 뜻을 세우고 불꽃 튀는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달아 올라, 후보들이 학교안팎에 캠프를 설치하고 세 확산에 열을 올리는 바람에 과열 혼탁의 우려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총장선거가 “정치판과 무엇이 다르냐”는 목소리와 함께 8용(龍)은 커녕 ‘8추(鰍)들의 집안싸움’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벌써부터 1위는 누구며 이번 선거는 3차 결선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말이 설득력있게 퍼져 있다. 특정후보에 반감을 지닌 교수들이 차점자에게 표를 몰아줘 결국 ‘2위 싸움’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 선거도 종전처럼 학연의 연결고리가 위세를 부리고, 소속 단과대학 여부, 인간관계, 성향 등에 따라 이합집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모교인 전북대 출신이냐 서울대 출신이냐와 전주고 군산고 남성고 등 세칭 도내 메이저 고교의 동문회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7백90여명의 교수들 뿐아니라 직원들로 구성된 직장협의회도 투표권을 달라고 벼르고 있어 변수다.
이번 선거는 몇가지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첫째 총장선거는 정치판 선거와는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즉 최고 엘리트집단인 교수들이 선거에서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치문제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는 세력중 하나가 교수들이었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교수사회가 자신들의 대표를 뽑는 총장선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서 학교밖 선거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자기모순인 셈이다. 제 눈속 들보는 못보면서 남의 눈속 티끌만 탓하는 꼴이 아니고 무언가.
둘째는 총장직선제가 우수하다는 점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직선제의 병폐가 드러나면서 교육부에서는 간선제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교수들은 “어떻게 쟁취한 제도인데…”라면서 직선제를 고수했다. 하지만 직선제로 인해 교수사회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선거후에는 논공행상식의 보직이나 예산 나눠먹기가 횡행하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세째는 대학개혁 등 전북대가 안고 있는 과제다. 지금 대학은 엄청난 자기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미국의 하버드 대학도 지난해 7월 취임한 47세의 서머스 총장이 “하버드에는 수많은 아킬레스 건이 있다”며 혁명적인 개조작업에 들어갔다.
클린턴 시절 재무장관을 지내기도 한 그는 아킬레스 건으로 △졸업생 90%가 우등상을 받는 후한 점수 △교수의 노령화 △우물안 개구리같은 학생 △대화하지 않는 교수 등을 꼽고 있다. 또한 서울대도 지난해말 블루리본 패널(Blue Ribbon Pannel) 용역보고서를 통해 장기발전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대가 어떤 대학인가. 전북대는 ‘그들만의 대학’이 아니다. 설립초기 모체가 된 도립 이리공과대학, 전주 명륜대학, 군산대학관 등과 부지를 제공한 전북향교재단 등 도민들의 뜻과 성원으로 이루어진 대학이다. 또한 학생의 90% 이상이 전북출신으로, 도민의 자존심이 걸려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 조상진 (본보 경제부장)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