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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하이에나가 필요한 사회

 

 

지난해부터 우리 사회에 고무적인 현상 하나가 나타나고 있다. 망국병인 바로 교통사고가 부쩍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한 때 세계 1백60여개국 중 최고의 교통사고율을 기록했는 가 하면 선진국 클럽인 30개 OECD 국가에서 여전히 수위를 달려왰다.

 

그렇게 식을줄 모르고 맹위를 떨치던 한국의 교통사고. 왠일인지 지난 2000년을 고비로 신통하게 감소하고 있지 않은가.

 

전국적으로 1999년 27만6천건에서 2000년 29만건으로 1만4천건이 늘었으나 이듬해인 2001년에는 26만건으로 무려 3만건이나 줄었다. 

 

이에 따른 사망자 수도 지난해 8천7명으로 전년 보다 무려 2천1백39명이나 줄었다. 그만큼 귀한 생명을 건진 한 해였다. 이를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수조원에 이른다.

 

더욱 희망적으로 올해도 전년에 이어 18%나 감소해 하루 평균 사망자 수가 33명에서 25명으로 줄었다는 점이다.

 

이제서야 불명예 1위를 포르투칼 그리스 터키에 넘겨주게 됐다.

 

얼마나 의의가 큰 국가적 경사이더냐. 그런데 왜 지난해를 터닝 포인트로 해서 이같은 푸른 신호등이 켜지고 있는걸까.

 

우리는 그 원인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일시적이 아닌 항구적인 감소추세를 더 확실히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운전자들의 준법의식 고조, 교통안전시설의 보완, 경찰의 단속 등 여러 요인이 있다.

 

그러나 무엇 보다 무인 속도 측정기와 교통 파파라치에 대한 합법적 보장이 사고 감소에 결정적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

 

처음 신고 보상금제가 실시되자 국민들로부터 비난은 빗발쳤다. 느닷없이 집으로 날아온 여러 장의 위반 사진과 범칙금에 운전자들은 분노를 터뜨리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 카메라를 들이댄거야" " 잡기만 해 봐라 가만 안 놔둘테니까 "

 

가뜩이나 개선되지 않는 경찰에 대한 이미지는 더욱 땅에 떨어졌다. 고소 고발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아직도 부정적인 가운데 이를 양성화 하는 조치에 대해 국민들은 납득을 할 수 없었다.

 

그런 한편 당장 경제적인 손해와 벌점에 대한 우려 때문에 주변에 무인과 유인 파파라치의 존재를 의식해야 했다. 기분은 내키지 않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준법을 지킬 도리밖에 없다. 

 

이 제도 시행이 1년여 지나가고 있다. 이제 운전자들은 운전대를 잡으면 습관적으로 안전벨트부터 매고 달린다. 함부로 U턴을 하거나 중앙선 침범, 과속은 스스로 금기 사항이 되고 있다. 

 

준법의 현장에 교통사고가 존재할 여지는 없다. 설령 발생한다 해도 치명적이진 않다. 수십년 잡지 못했던 우리의 그릇된 운전문화가 기적적으로 바로 잡혀가면서 고질병 교통사고도 현격하게 치유돼 가고 있다.

 

바로 맹활약(?) 중인 이런 유무형의 파파라치 덕택이지 않은가. 자율 보다는 타율에 의해 작용되는 후진 사회. 남의 잘못, 썩은 음식을 먹고 사는 하이에나가 판치는 사회. 분명 일그러진 우리의 자화상이다. 

 

하지만 국가적 과제인 교통 사고 감소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못하랴. 

 

카파라치를 양성하는 학원까지 등장하는 세태를 보고 웃을 수도 없고 울을 수도 없는 씁쓸한 우리 사회다.

 

/임경탁(본사 편집국 부국장)

 

 

 

임경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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