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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문화 만들어가기 - 전효관

전효관(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얼마 전 내 일상을 돌아볼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 하나는 어린 아이들과 놀아주는 서비스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아이들과 조립하고 놀아주는 것이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꽤 피곤한 노동이기도 한 나는 그 서비스의 유혹에 유혹 당했다. 또 하나는 비만을 치유할 지방분해 약품 주사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요즘 옷이 맞지 않는 내 몸을 보면서 잉여 칼로리 소비로 고민하던 나는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대신 약물로 지방을 분해할 수 있다는 말에 의사를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내 정서적 노동이 투입되었야 할 일, 그리고 내 몸을 관리해야 하는 일을 상품 구매로 쉽사리 처리하고 싶어지는 나를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러는 나를 보면서 100% 상품 세계에 둘러싸인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상품 질서와 무관하게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은 얼마만큼일까 의문을 던지게 된 것이다. 순도 높은 상품질서에 둘러싸인 내 욕망의 구성 자체가 결국은 ‘기계’와 다를 바가 무엇인지 고민에 빠져 들었다.

 

자본주의는 이제 단순히 삶의 존재를 유지하는 물품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내 감정과 행복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있게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 자본주의는 쾌락을 설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매일 광고에 넘쳐나는 메시지는 그 약속이 곧 여기에서 실현된다는 믿음을 강요한다. 자동차를 구매함으로써 가족의 행복을 얻고, 아파트를 잘 선택하면 웰빙이 실현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전파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약속이 확실하다고 믿는 순간, 나는 그 상품 질서 내에서만 존재한다. 아마도 상품 질서 내에 존재하는 나는 근본적으로 무력한 존재이다. 왜냐면 내 욕망과 신체를 조정하는 서비스가 나라는 존재가 ‘구매’를 통해 투여한 환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환상과 대면하는 순간, 공허감과 무력감이 나를 지배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결여된 존재의 문제를 상품과 서비스로 대체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환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나는 요즘 막다른 선택에 내몰린 느낌이 있다. ‘문화’는 상품 질서와는 다르게 존재의 결여를 채우고 자율적 연대를 통해 서로 만나는 힘이 되어야 하지만, ‘문화’ 역시도 그 힘을 가시화하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매달리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문화적 실천이 이 힘에 굴복할 것인지, 아니면 자율적이고 자구적인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생성의 힘이 될지 결정적인 선택에 직면하고 있는 느낌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문화’가 ‘삶의 기쁨과 존재 이유’를 구성하는 에너지가 되는 작은 실천을 나로부터 도모해보는 것을 꿈꾼다.

 

/전효관(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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