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시작되면서 모두가 달라지고 있다. 어린아이를 닮은 연두 빛 나뭇잎들은 사춘기 소년의 모습으로 점점 바뀌면서 계절의 여왕답게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발랄하고 아름답다. 이 계절에 전국적으로 봇물 터지듯 축제의 향연들이 그 막을 열고 있다. 올해도 족히 천 여 개가 넘는 축제들이 한 해 동안 줄을 이을 것이고 5월 한 달 동안 전북에서만도 5개의 큰 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그 많은 축제들은 밤하늘의 무수한 별처럼 많은 이들의 관심속의 무관심으로 흘러 가고 있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하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붙잡아 맬 수 있을까.
여기에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모든 축제들이 그 앞에 ‘문화’ 라는 말을 가져다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주에서 펼쳐지고 있는 풍남제, 한지문화축제, 대사습놀이, 국제영화제도 올해는 아예 하나로 묶어 “전주문화축제”라고 이름 붙여 놓았다. 어디 전주축제뿐인가 다른 고을도 마찬 가지다. 하기야 우리 민족은 예부터 문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자부해왔고, 몽고족이나 일본의 침입 등 이민족의 침입을 받았을 때에 끝까지 저항 할 수 있었던 것은 문화적으로 우리보다 낮은 민족에게 굴복 할 수 없다는 자존심이 애국심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여기에서 문화라는 것은 다른 민족과 차별되는 독창적이고 우수한 전통이 내포된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각 지역마다 문화를 내세우는 것은 그 지역의 독창적인 전통을 그 내면에 깔고 있음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는 그 지역의 정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역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축제의 확실한 성격, 지역적 특성화, 내용의 독창성, 주체의 민중성, 축제의 문화 산업화, 축제지식의 전문성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모든 조건은 그 지역정신이 물씬 풍기는 독특한 지역의 문화를 바탕으로 기획되고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문화라고 하는 것 속에는 ‘정신’ ‘얼’ ‘혼’ 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주정신은 전주문화 속에 녹아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화 속에 정신이 있다면 정신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정신은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주역사속에서 전주정신을 찾고 전주정신을 바탕으로 전주문화를 찾아야 된다. 비빔밥, 한지, 소리, 영화, 그리고 여기에서 파생된 모든 멋과 맛, 흥 모두의 문화의 모태인 전주정신을 찾고 그 근원인 전주의 역사를 시민과 문화일꾼 모두가 먼저 알아야 된다. 그래야만 겉포장만 그럴듯한 문화축제가 아니라 느끼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축제를 만들 수 있다. 전주역사를 모르면 전주정신을 알 수 없고, 전주정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전주문화축제를 꾸밀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주가 문화의 도시가 되고, 문화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무원도, 의회의원들도, 문화일꾼들도 먼저 전주의 역사를 알아야 된다. 알게 되면 무엇을 어떻게 꾸며야 될 것인지는 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는 만큼 사랑 할 수도 있다. 자존심과 자부심도 생겨나게 될 것이다.
/나종우(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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