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완주 지사님.
먼저 지면으로나마 제4대 민선 전북지사에 취임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공직에 매인 몸이라 3일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취임 초 인지라 업무 인수인계 받으랴 경황이 없을 터여서 그저 덕담이나 건네는 게 도리겠지요. 하지만 난마처럼 얽힌 도정(道政)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방안에 대한 고언(苦言) 몇마디도 필요하지 않나 싶어 이렇게 서신을 띄웁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김 지사님이 당선된 것은 정치적으로나 지방행정 차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반(反) 열린우리당 정서라는 일진광풍의 쓰나미가 온 나라를 강타하는 와중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집권여당 후보로서 당선됨으로써 난파직전의 여당호를 가까스로 구해냈다는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고 봅니다. 또한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후 진정한 의미의 지방행정 전문가 출신이 도백으로 등장했다는 점도 ‘지방행정의 업그레이드’란 차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1~3대 민선 도지사는 지방행정 전문가는 아니었지요. 때문에 전북도민은 물론 저 같은 재경 출향인사들도 지사님의 향후 활약에 매우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사님께서 이번 취임식날 정확히 지적한 바대로 현재 전북도가 처한 현실은 지방선거의 의미나 따지고 할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닙니다. 그런 차원에서 지사님께서 취임일성으로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겠다고 한 것은 백번 옳은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전북지역내의 균형발전과 화합입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전북에도 소지역주의가 팽배하다는 점이 또 드러났습니다. 동부 산간지역과 서부 평야지역, 북서부 상공업화 지역과 남서부, 남동부 농어촌 지역 등이 서로 이해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타도에 비해 도세가 약하기 그지 없는 전북에서의 소역주의는 반드시 타파돼야합니다. 이를 위해 전북지역내의 균형발전과 적절한 지역안배인사 등에 집중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사님께서 곧 바로 군산항을 방문하신 점은 대단히 훌륭한 행보라고 생각됩니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사회학자 프란체스코 알베로니가 ‘명령의 기술’이란 책에서 “순종적이고 독창성이 없는 협력자들만 선택하고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무조건 거세하는 기업은 예외 없이 내리막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고 갈파한 진언명제를 염두에 두고 인재를 발탁하길 빕니다.
또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지난달 ‘시장학교’의 시장학강의에서 제시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명심해야할 ‘10계명’ 가운데 “청렴하면 탈이 없다”와 “재선 생각을 버리면 재선 그 너머가 보인다”는 경구도 잊지 말기를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차량을 집무실로 여기고 현장행정을 하시겠다던데 이제 회갑도 넘긴 연세이신 만큼 건강에도 항상 유의해주길 바랍니다.
△윤승용원장은 익산출신으로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위싱턴특파원과 정치부장, 사회부장을 거쳐 국방홍보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윤승용(국방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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