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가을 필자가 한 언론사의 워싱턴특파원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의 일이다. 3년여만의 귀국인데다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로 입주해야하는 처지여서 아이의 전학문제를 비롯, 여러 가지 번잡한 일로 동분서주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동네의 병원과 자동차 수리센터 등 일상생활에 밀접한 업소 가운데 어느 집을 단골 거래처로 정하느냐하는 문제였다.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는 터여서 어느 치과병원이 싸고 잘하는지, 어느 카 센터가 솜씨도 좋은데다 바가지를 안 씌우는지에 대한 정보가 일체 없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이집 저집 발품을 팔아 의사의 경력과 간호사의 친절도 등을 기준으로 단골병원을 정하는 식으로 겨우 새 동네에서 정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해 초 필자의 고향인 익산향우회 신년 모임에 나갔다가 망외의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우리 아파트 상가에서 병원과 서점을 운영하는 출향인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향우회 명단을 훑어보니 우리 동네에서 서비스업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반가운 나머지 그 분들에게 지난 가을에 그곳으로 이사를 왔노라고 신고했다. 그 이후로 병원과 카센터, 중국음식점 등 단골을 익산출신 인사들이 하는 곳으로 즉각 바꿨음은 물론이다. 또한 그 분들과의 교유를 통해 동네에서 중개업소, 쌀가게, 세탁소 하는 분 등 여러 분야의 출향인사들을 사귈 수 있었다.
요즘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로 선출된 도지사를 비롯, 시장 군수들마다 매우 의욕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출향인사의 네트워크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시군향우회나 도민회 등이 움직이고 있지만 일부 소수 명망가나 정치지향적 인사들만의 사교모임 성격이 커서 한창 사회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있는 30, 40대 들은 거의 참여를 하지 않는 게 일반적 현상이다.
그런데 출향인사의 실질적 네트워크화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다름 아니라 출향인사를 인터넷으로 네트워크화하는 것이다. 우선 도청의 홈페이지에 서울을 비롯 대전, 광주, 부산 등 각 지역별 전북출신인사의 정보를 수집 올려놓는다. 뿐만 아니라 서울 등 큰 도시는 각 동별로까지 정보를 세분화하면 어느 지역에 새로 이사한 사람들이 손쉽게 고향사람의 업소를 파악할 수 있게 해놓는다. 이 작업을 잘만 벌인다면 서울 서초동에서 전북출신이 하는 약국, 병원, 수퍼마켓, 제과점, 카센터 등의 목록을 인터넷으로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약간의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이어서 전북도청이 나서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웬만한 학교 동문회에서는 직역별 동창 목록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런 정보들을 잘 활용하면 훌륭한 생황정보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출향인사들에 대한 전북도청과 각 시군의 인식전환을 기대해 본다.
/윤승용(국방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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