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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잃어버린 낙원, 샹그릴라 - 박차웅

박차웅(변호사)

전세계에 경제공황이 몰아닥쳐 암울한 삶의 분위기가 지배하던 1933년 미국소설가 제임스 힐튼은 ‘잃어버린 지평선’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티벳의 동쪽 깊은 산속에 4명의 외국인이 조난되어 샹그릴라(Shangrila)라는 곳에 도착하니 너무나 아름다운 풍광속에서 평균수명이 200년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상향을 그린 것이었다.

 

이 소설은 당시 삶의 고달픔에 지친 사람들에게 하나의 정신적 도피처를 마련해주어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히틀러를 비롯한 여러 숭배주의자를 만들어내어 1930~1940년대에 걸쳐 하나의 문화적 경향을 만들어내기까지 하였다.

 

필자는 중국 운남성 쿤밍(昆明)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50분간 티벳으로 비행을 하여 디칭(迪慶)이라는 지역에 착륙을 했다.

 

때는 6월말인데 주위는 온통 하얀 눈을 뒤집어쓴 어마어마한 설산으로 둘러 쌓여있었고 꾸불꾸불한 길을 계속 가다가 고개마루에 도착해서 내려다보니 대초원이 펼쳐져 있었는데 중간중간에 수많은 호수들이 흩어져 보였다. 이 대초원은 우기가 되면 거대한 호수로 변한다는데 이 대초원 위에 텐트로 만들어 놓은 찻집에서 검은 야크떼와 말들이 여유있게 풀을 뜯고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한가로이 차 대접을 받고 있자니 마치 시간이 멈춰져 있는 것 같았다.

 

중국 정부에서 제임스 힐튼의 소설에서 나오는 풍광과 가장 일치하는 모습을 가진 곳(즉, 거대설산으로 둘러 쌓이고 대초원과 호수가 어울러져 있으며 거대한 절이 위치해 있고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곳)을 찾아내어 주민들에게는 생소한 샹그릴라라는 지명을 부여했을때 이곳 주민들은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곤 한다.

 

그러나 이 개명이후 외국인들이 먼저 물밀듯이 찾아오고 뒤이어 내국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어 10년전 한해 방문객이 2만명도 안되었던 이곳이 2005년에 관광객이 150만명을 돌파했고 티벳의 빈촌인 이곳의 주민들을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탈바꿈 시켰다.

 

사실 샹그릴라의 관광자원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도 볼품없고 협소할 수 있다. 우선 볼 것이라고는 송찬림사(소설속의 금빛 찬란한 절로 표현되는곳)의 라마불교 의식과 유적, 시장의 풍경, 대초원과 대설산 협곡(사실 차를 마시며 보는데 1시간이면 충분함), 부농의 집안과 민속공연 등을 관광하는데에 한나절 정도면 충분하다.

 

온천이라는 곳이 한곳 있는데, 용출량이 적어 온천리조트 건설이 적합치 않고, 한여름이라도 밤에는 기온이 급강하하는 기후적 조건, 3700미터 이상의 고도 때문에 고산증이 발생하는 지형적조건, 골프장 잔디가 생존할 수 없는 생태적조건 등으로 인하여 휴양리조트 건설을 할 수 없는 열악한 관광자원을 가진 곳이 이곳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는 오지의 이상향을 현실로 갈수 있다고 믿게하는 이미지 구축에 성공함으로써 잃어버린 낙원에서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 ‘현실향’의 구축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 샹그릴라는 분주히 잃어버린 이상향이라는 이미지를 찾아오는 관광객과 자본을 유치하여 보다나은 물질적 삶을 이루려는 욕망 때문에 사라져버린 낙원이다.

 

/박차웅(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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