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바이올린을 노래하게 만드는 바람과 같고, 장미의 향기를 멀리로 실어 나르지," 달리다(Dalida)와 알랭 드롱(Alain Delon)이 불렀던 "빠롤레 빠롤레(Parole, Parole)"라는 노래의 한 부분이다. '달콤한 속삭임!' 제목이 참 멋스럽다. 선율만을 감상하고 있자면 알랭 드롱의 목소리는 참으로 감미로워 달콤한 속삭임처럼 들린다. 그런데 가사를 음미해 보면 말(Parole)이라는 것이 참기 어려울 만큼 가볍고, 쉽고, 약하여 공허하기가 그지없다. 그래서일까 달리다(Dalida)는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 남자를 향해 "빠롤레, 빠롤레",말, 그저 말일뿐 이제는 끝나버린 사랑과 그동안의 숱한 빈말, 거짓말에 대해 탄식하며 오직 말뿐인 사랑 고백을 거절한다. 요즘 여기저기에서 변화를 부르짖으며 어려워진 경제를 살린다, 다 같이 잘살아보자며 듣기 좋은 말들이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 많은 말들이 말이 아니라 단지 소리의 난무를 추면서 난장판을 벌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선거 때마다 자신의 지역구나 또는 전국의 국민(서민?)을 찾아다니며 친근한 척 손을 잡아끌어 악수를 해대고, 한 표를 달라며 '주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 사랑 합니다, 머슴처럼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섬기겠습니다, 747 공약을 꼭 이루겠습니다, 조세제도를 개편하여 서민의 세금 부담을 줄이겠습니다, 주가지수는 임기 내 5000을 돌파할 것입니다' 라고 한다. 참으로 감미로워 듣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서민들은 머지않아 자신과 자신의 집도 상위 20% 계층에 속하게 될 것 같은 꿈에 부푼다. 어리석은 백성이라 했던가. 말이 말다우려면, 듣는 자에게 진실 되게 받아들여지려면 말이 지니고 있는 의미가 그에 따른 행동의 결과로 드러나야 할 것이다. 747은 온데간데없고, 세금 덜 내게 해준다는 정책은 강남사람들과는 달리 서민들에게는 체감하기엔 거리가 멀고, 상호적이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소통은 아무리 속삭이는 소리가 감미롭더라도 그 말은 너무 가벼워 바람에 흩어져 버리거나 소음이 되어 아, 또 시끄럽게 말만 하는구나, 정말 믿어도 되는 것인가 하며 의심만 더 커지지 않겠는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10년을 찾으려니 마음도 바쁘고 그러자니 말실수에 그에 따른 엇박자의 결과도 나올 수 있는데 성급하게 말의 의미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벌써(?)부터 성화를 부리냐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흔히 하는 말로 첫 단추가 잘 끼워져야 한다고들 하지 않던가. 그러니 성화라고, 급하다고 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믿고 기다려 달라고 하려면 타당한 설명이 있는 대책을 제시하면서 믿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무조건 참고 기다려 보라고 하기엔 서민의 일상은 시시때때로 너무 버겁다. 국민은 오직 4년, 5년에 딱 한번만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서민이고 나머지 시간동안에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마음대로 휘둘러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뱉는 말에 믿음이 배어나도록 말의 진솔함을 보여주기 바란다.
/박영주(우석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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