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내려온지 꼭 1년이 되었다. 출퇴근길에 천변의 갈대를 보면서 벌써 1년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들을 해본다. 전주의 첫 인상은 전주천변의 갈대였다. 청계천의 인공스러움과 달리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은 나에게 전주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어 버렸다. 상암동 하늘공원의 갈대밭을 보면서 "전주 같아" 했더니 친구가 "너 벌써 전주애가 다 된거 같다?" 하면서 놀래댔었다. 같이 웃었지만 나름 전주에 내려와 있으면서도 서울스러움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어서인지 가끔씩 만나는 친구에게 물어본다 "나 이제 전주사람 다 된거 같지..?" "그래 너 좀 전주스러워졌어" 전주스럽다... 전주스러움은 뭘까?
4-5천원에 한상 가득히 나오는 한정식집의 밥상, 비빔밥으로 유명하다지만 정작 비빕밥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대신 콩나물국밥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사람들, 바쁘면 반찬그릇을 던지듯 내려놔도 특별한 불쾌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식당 서비스, 공식적인 자리에 빨간색 원피스는 부담스러워 하는 전주의 색감, 감정표현이 무덤덤하고 불만을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많이 서툰 사람들..
전주스럽다는 어감에는 좋은 의미도 많이 들어있지만, 사실 낮은 수준의 서비스를 접하거나 세련되지 못한 것을 접할 때면 가끔씩 전주스럽다는 말로 스스로 위로하곤 했었다.
뜻하지 않은 자리에서 서울의 한 교수님이 나에게 물어보셨다. "전주스러움이라면 어떤게 있을까요?" 지역 이미지에 관심이 많으셨던 그 교수님은 1년이 채 안 된 서울토박이가 느끼는 전주스러움이 꽤 궁금하셨던 것 같다. 나에게 전주스러움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 하신다. 참 어려운 질문이네.. 곰곰생각해보니 잘 모르겠다. "전통"의 이미지가 강하다고만 알고 있었던 전주는 내려와 보니 사실 전통문화가 많이 남아있기는 하다. 군데군데 남아있는 한문 간판이 그렇고, 무엇보다 한옥마을 구석구석의 한옥들과 문화공간들이 그렇다. 단지 좀 아쉬움이라면 상품화에 아직은 서툰 전통문화라고 할까.. 아무튼 그 교수님의 질문은 정말 전주스러움이란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과 과제를 남겨주었다. 내가 느끼는 전주스러움은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부터 그 전주스럽다는 걸 잘 포장하면 최고의 지역 이미지 마케팅을 할 수 있겠다는 야심찬 생각까지..
"~스럽다"는 명사의 뒤에 붙어서 그러한 성질이 있음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이다. 전주..스럽다는 것이 어법상 틀릴 수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각자 느끼고 있는 전주의 이미지가 더 정확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주스러움이 어떤 표현보다 가장 전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오늘도 전주천변을 열심히 걷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문득 궁금해진다.
"전주스러움은 어떤 것일까?"
/정명희(전북발전硏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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