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정말 한번 믿어 봐도 되는거야 ?
요즘 들어 갑자기 조달청, 도청, 시청 등에서 주로 디자인과 관계되는 제안서 심사에 참여할 기회가 부쩍 많았었다. 매번 이런 자리에 참여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대부분의 제안 설명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과 반짝이는 가벼운 재치만 난무한다는 것이며 또한 매번 똑 같은 방법이 즐겨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 중 한 가지 사례.
어느 도시의 경관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제안을 심사하는 자리. 제안의 첫 번 째 단계, 제안을 듣는 사람들이 무안할 정도로 충격을 가한다. 마치 족집게같이 그 도시의 충격적인 특이한 현상 몇 가지를 보여준다. 두 번 째 단계, 외국에서도 매우 특이한 사례와 비교해서 보여주면 어느 도시는 어느덧 영락없는 흉물이 된다. 세 번 째 단계, 드디어 요즘 유행하는 '오빠 한번 믿어 봐!' 단계이다. '이젠 걱정마라. 내가 이런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거든.'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나 자신도 자주 주장하던 똑같은 것들을 타인의 입을 통해 전해들을 때는 영 기분이 찝찝해진다는 것이고 또 하나 이상한 것은 이런 방법이 전혀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한번 이렇게 바꾸어 보자. 급소를 몇 군데 팍팍 찌르고는 '아프지 그러니까 너는 병이 깊은 거야. 이런 병은 수술이 상책이거든. 수술비는 걱정마. 내가 제일 싸게 해줄게.' 또 다른 버전으로 하면 '어거 봐. 딴 얘들 하고 너하고 비교해봐라 얘들 얼마나 죽이냐?(예쁘냐). 얘네들 다 돈들인 거야. 너도 돈 좀 들이면 이렇게 예뻐질 수 있어.' 그러면서 일단 뭔가 자꾸 없애야 한단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이듯이 그렇게 마구 걷어내는 곧 이 시대의 새로운 21세기 버전의 새마을 운동식이어야 하다는 것이다. 없애는 것, 지워버리는 것- 개발논리 가장 쉬운 방법만 공허하게 주장한다. 그런 것들은 우리도 다 알고 있고 다 보고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해결책은 무엇이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자꾸 엉뚱하게 못 생긴 놈한테 자꾸 못 생겼다고 해서 열 받게 하냐.
그런데 이런 제안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어느 도시를 '선풍기 아줌마'로 보는 여러 사람들의 제안을 합쳐 놓으면 어느 도시는 정말 '선풍기 아줌마'가 되지는 않을까하는 공포감이 드는 것이 기우였으면 정말 좋겠다.
◆또 다른 오빠들.
우리 지역에도 위와 같은 수많은 제안들이 또 하나 요즘 들어 부쩍 우리 지역에 수호천사를 자처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느낌이 든다. 다양한 분야에서 나름대로 높은 식견과 경륜으로 우리 지역의 발전과 우리의 무지를 깨우쳐 주는 분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꼭 그런 분들이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겸허하게 배우는 자세와 충고를 받아드리는 자세는 정말 중요하고 필요하다. 강한 소신과 주장으로 나는 그런 분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작아짐을 느낄 때가 많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그리고 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들을 팍팍 찍어내면 더더욱, 그리고 나는 전혀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진 분들도 많이 경험했고 그런 때는 속된 말로 꼬랑지를 내릴 수밖에.
그런데 매번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가령 회의내용과는 무관하게 본인의 주장만을 굉장한 아이디어인냥 장황하게 주장한다든가 무슨 계몽운동이나 하듯이 타이르는 투의 주장을 가는 자리마다 되풀이하는 등.
이런 오빠부대들,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하는가. 지금 우리는 전국에서 유능한 많은 인재를 불러 모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것인가. 혹시 함량 미달의 오빠들에게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두 눈 부릅뜨고 잘 살펴보자.
마지막으로, 우리 지역에도 오빠들은 많다. 잘 찾아보자.
/정성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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