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관가에서는 녹색이 유행어라고 한다. 관료들은 자신들이 다루는 온갖 정책에 녹색을 갖다붙일 만한 것이 없는지 찾느라 혈안인 것이다.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대통령이 국가 비전으로 녹색성장을 천명하였고, 그에 따라 정부는 새해 초에 녹색뉴딜 사업을 발표하였으며, 최근에는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가히 녹색이 난무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반가운 현상이다. 그런데 정작 이를 반겨야 할 환경단체들은 냉소적이거나 비판적이니 왜일까?
먼저 복개된 청계천이 녹색인지 물어보자.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그럴 수 있다고 답변한다. 현 청계천은 생태적이지는 않아도 환경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데, 녹색 이외에도 환경이나 생태를 사용하는 데 왜 이렇게 복잡하며 또 각각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일단 환경이란 어휘는 인간 중심주의 태도에서 나온 산물이다. 이런 우월적 분리주의 시각에서 인간(사회)은 주체이고 자연은 수단으로써 주변에 불과할 뿐이다. 다만 환경문제가 심화되고 있으므로 도구인 환경을 신중하고 값비싸게 다루겠다는 것이 환경주의 접근이다. 따라서 대도시에서 콘크리트로 갇혀버린 청계천을 다시 열어 물이 흐르도록 한 조치이니 환경적이다. 그러나 생태적이지는 않다. 왜냐하면 생태란 것은 인간과 자연, 동식물 종과 서식처 자연이 둘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적 차원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소산인데, 청계천은 여전히 콘크리트로 단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동력펌프로 하류에서 물을 끌어다가 상류에서 다시 흘려보내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개가 대도시에서 벌어지면 녹색일 수 있지만, 그것이 한강 천체로 확장된다고 해도 여전히 녹색일까? 아니다. 반생태적일 뿐 아니라 환경적이지도 않다. 전기를 사용하여 물을 역류시켜야 하고, 멀쩡한 자연형 하천 곳곳을 콘크리트로 도배해야 하며, 또 곳곳에 설치한 보가 수중 생태계를 교란시켜 토착 어류와 수초가 생존할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집 안에 어항을 들여놓을 수는 있어도 서울을 어항으로 만들 수 없는 것과 같다. 이쯤이면 녹색의 의미는 조금 감이 잡힐 듯하다. 녹색은 진화한 인간이 자신의 생존에 알맞도록 자연을 변형하여 문화를 구축하되, 그런 문화가 자연과 상생하는 패러다임의 개념이다.
정부의 녹색성장기본법이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도'를 반영하고 있고 또 환경세를 조금 암시하고 있는 데 방향은 옳다. 그러나 기업에 주는 당근이 너무 지나치다. 정부의 녹색뉴딜 사업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신재생 에너지 기술 확대를 장려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그 비중이 극히 적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지향하는 녹색뉴딜과 비교하면 색깔이 너무 엷다. 특히 4년 동안 50조원을 들여 96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인데, 4대강 정비와 철도 및 버스 교통망 구축에 예산의 3분의 2가 소요되며, 96%에 해당하는 91만 자리가 건설 및 단순 생산직이라는 점에서 주로 삽질형 예산이다. 이쯤이면 정부의 녹색정책은 청계천의 확장형으로서 녹색과 상관성이 적거나 반생태적이다. 정부 정책이 진정 녹색이 되도록 재편되기를 희망한다.
/한면희(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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