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시작이 며칠전이었던 기분이 들지만, 그저 내 기분일 뿐인가 보다. 한 학기가 끝나는 마지막 기말고사를 남겨두고 이제 더 더워질 날씨를 걱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며칠전 일이다. 주말이라 집 근처에서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조금 이른 시간에 찾은 이유에서인지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그 공간이 덥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단지 너무 조용하다는 기분만 가득할 뿐이었다.
한참을 앉아서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해가 더 높이 떠 있었고 창가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뜨거운 기운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에어컨에 의지할 정도의 더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창문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창문을 열고 자리에 앉자 주변의 소리가 더 잘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답답함이 가시질 않았을 때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들어왔고 그 바람이 내 답답한 마음을 한결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바람이 불어온 뒤 사람의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 나만 존재하던 그 공간에 찾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답을 알았다. 답답한 마음을 누그러뜨린 바람이 불어온 이유는 그 사람이 창문과 마주보는 위치에 있던 문을 열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조금은 웃음이 나왔다. 내 답답했던 마음이 다른 사람에 의해 해결되었다는 사실이 말이다. 나는 결국 문을 열고 나와 바람이 더 잘 부는 곳에서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 순간에도 나는 계속해서 헛웃음이 나왔고 그 헛웃음은 곧 작은 미소가 되었다. 마음이 가벼워졌다고나 할까?
기말고사라는 단어로 내가 나를 억압하고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들어가 하던 공부를 계속 했고 답답한 마음이 들 때 마다 바람이 잘 불던 그 곳으로 다시 찾아갔다.
답답함의 이유와 그 답을 알게 되어 한결 더 수월했던 하루였다. 겨울에는 그토록 미워했던 바람이 지금은 내 하루의 여유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올 여름을 보내면서 쉴 틈 없는 더위에 착한 바람이 계속 찾아오길 바랄 수도 있겠다.
겨울에는 차디찬 바람으로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으로 때마다 바람도 다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 역할을 할 뿐인데도 시간에 따라서 계절에 따라서 좋다고 말하고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뿐이다.
어쩌면 너와 내가 살아가는 것도 이와 같을 것이다. 어디선가 갑자기 답을 얻어 기뻐할 수 도 있고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할 일을 멈출 수 는 없다. 언제나 내 자리에서 내 할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운수좋은날이 찾아오고 아닌 날들도 찾아올 것이다.
언제 어느 순간에 운수좋은날이 찾아올지는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때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운수좋은날이 어디쯤인지, 답이 뭔지는 알지 못한다. 단지 내 자리에서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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