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있는 구명뗏목(구명벌)이 긴급 상황에 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엇보다 구명벌을 운용해야 할 승무원이 책임을 잊은 채 펴지 않은 탓이 가장 크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경사가 심할 때에는 펴기 어렵고 급격하게 기울어 침몰하는 과정에서 자동으로 부풀어오르지도 않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명벌은 배가 침몰될 때 탑승객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핵심 장비다.
배가 침몰하면 일정 수압에 의해 자동 팽창되는 튜브식 구조장비로 상자의 잠금장치를 풀어 수동으로 펼 수도 있다.
구명벌은 입구를 닫아 해수 유입을 막으면 수일간 바다 위에서 버틸 수 있다.
일정한 내구연한이 없고 정기 점검과정에서 이상이 있는 것만 교체하도록 돼 있다.
세월호는 운항관리계획서에 25인승 구명벌을 모두 46개 갖추게끔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2개를 제외한 44개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측이 지난 2월 안전검사 때에 2개를 점검업체에 맡겼기 때문이다.
44개라도 1천100명이 탈 수 있어 사고 당시 탑승인원 476명뿐만 아니라 여객정원 921명을 태우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세월호 선사측의 입장이다.
이 같은 설명과 달리 이번 사고에서 구명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우선 세월호 선원이 사고 당시 아무도 구명벌을 펴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탈출한 선원은 불과 2개월 전 안전검사 당시에 작동법을 교육받았지만 구명벌을 바다에 던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구조에 나선 해경이 2개를 바다 위로 떨어뜨렸지만 구명벌은 1개만 펴졌다.
점검업체측은 원위치에서 9m 이상이 떨어져야 펴지는 만큼 거리가 짧아 펴지지않았으리라 추정했다.
구명벌은 물에 가라앉더라도 일정한 수압이 되면 수압분리계가 작동해 자동으로 펴지게끔 돼 있다.
그러나 세월호의 구명벌은 침몰 상황에도 부풀어오르지 않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청해진해운 관계자는 "내가 아는 상식으론 3∼5m 수심으로 내려가면 무조건 수압분리계가 작동이 돼야 한다"며 "이 문제는 배를 인양해서 확인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점검업체측은 배가 급격하게 기울어 뒤집히는 바람에 펴지지 않고 물속에 그대로 남아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조사와 별개로 급격하게 기울어 침몰하는 상황에서도 자동으로 펴지게끔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구명벌이 경사가 심한 상태뿐만 아니라 평평한 상태에서 쉽게 펴지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연합뉴스가 점검업체를 찾아가 구명벌을 작동해 본 결과 T자형 잠금장치가 쉽게빠지지 않았다.
구명벌 아래에 있는 잠금장치를 빼내야 원통 형태의 구명벌통이 구르면서 바다로 떨어진다.
경사가 심한 상태에서는 잠금장치가 더 빠지지 않았다.
특히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세월호와 비슷한 구조의 청해진해운 소유 오하마나호를 검증한 결과 대부분의 구명벌이 정상적으로 펴지거나 분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를 인양한 이후에 구명벌이 펴지지 않은 이유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점검업체 관계자는 "2월에 검사했을 때 세월호의 구명벌은 최고 품질이었다"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선원의 잘못이 크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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