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나온 ‘교육과정 편제 및 수업시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방학 일수는 78일에 불과하다. 120일인 프랑스나 105일인 핀란드, 102일인 미국에 비해서는 물론이고 90일인 뉴질랜드, 83일인 일본·호주에 비해서도 짧다.
수업 일수는 초·중·고 모두 법정 190일·실제 195일로 OECD 국가 중 가장 긴 편이었다. 비교 대상 8개국 중 뉴질랜드를 제외하면 한국의 수업 일수가 가장 많았다.
그러면서도 사교육 참가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수능 시험은 매년 11월에 치러진다. 기본적으로 유형이 정해져 있는 시험이기 때문에, 반복적인 문제 풀이를 하지 않을 수 없다.
EBS 교재와 수능 사이의 연계가 강화된 이후,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과목을 막론하고 3학년 학생들이 1년 내내 EBS 교재 문제 풀이에 집중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교과과정 진도는 이미 2학년 때 끝난다.
특히 수학 영역의 문제가 심각하다.
주로 이과 학생들이 많이 응시하는 수능 수학B 영역은 수학I·수학II·적분과 통계·기하와 벡터 등 총 4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당연히 학습량이 절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고교생들의 방학은 사라진다. 수능 체제가 공교육을 ‘잡아먹어버린’ 것이다.
“수학B는 과목이 4개니까 EBS 교재도 4가지 나오죠. 기본적으로 떼야 할 교재가 2권 씩이니까 총 8권을 11월까지 마쳐야 해요. 이걸 진도 나가면서 같이 하기는 어렵죠.”
전주 지역 한 고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 이모 씨는 이렇게 설명하며, “과목 수 자체가 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과생 역시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수능 시험은 ‘상대평가’기 때문에, 집단 내에서 다시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
강세웅 전북 대입진학지도지원단 교사는 “표준점수가 적용되기 때문에, 수학을 잘 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점수 편차가 크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관행에 대한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전북 지역에는 지난 5월부터 ‘방과후 학교’ 및 자율학습 등에 대해서 학생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가 시행되고 있다. 지난 2013년 공포된 학생인권조례에도 관련 내용이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결국 근본적인 문제, 즉 ‘수능 체제’와 ‘지나치게 많은 학습량’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교사 및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는 결국 대학 입시 자체가 바뀌어야만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시민단체들은 꾸준히 ‘수능 수학 절대평가화’나 ‘수능 자격고사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미 당국은 사교육비 절감 등을 내세워 오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기로 한 상태다.
강세웅 교사는 “수학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학생 부담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반면 변별력이 없어지면서 대학들이 논술·면접 등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내놓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에 관해서는 우선순위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지난 7월 22일 열린 ‘아동·청소년의 놀 권리 보장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학원법·선행교육규제법 등을 개정해 과잉학습을 적극 규제하고, 수능 절대평가화 및 고교 서열화 해소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동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며 그 협상의 결과를 존중해야 함을 충분히 교육하는 것”이 먼저라면서 “부모와 아동이 직접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방법론과 순서의 차이는 있으나, 어느 쪽이든 ‘학생을 주체로 놓아야 한다’는 데에는 공통점이 있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학생’에 있다는 것이다.
공현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학생들의 생활을 중심에 놓고 본다면, 학생들의 학습시간이야말로 한국 교육의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제부터라도 학생들의 학습시간 및 과잉학습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의 테이블로 올라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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