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쉬는 날 3일" / 입시체제에 시달려
뜨겁디 뜨거운 날이 계속되던 이달 초, 전주의 한 사립고교 인근 음식점에 교복 차림의 고등학생 3명이 들어왔다.
“학교 식당 밥이 맛없어서” 나왔다는 이들은 모두 3학년 학생들. 방학 기간임에도 교복을 입고 나온 것은 생경할 일은 아니다. 일반계 고교에서는 방학 때면 ‘보충수업’이 진행된다.
일행 중 한 학생은 “학교에서 에어컨은 틀어주니 그나마 낫다”면서도,“문제는 학교에 나오는 게 강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요되는 학습
실제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는 지난 27일 보충수업 및 야간자율학습을 강제적으로 실시한 도내 한 사립 고등학교의 사례를 발표했다.
명목상 ‘자율’이라고는 하나, 1000명이 넘는 이 학교 학생 중 보충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은 1학년 7명·2학년 22명·3학년 34명 등 총 63명 뿐이었고, 야간자율학습 불참자도 총 121명에 불과했다. 불참률은 각각 5.6%, 10.8%였다.
고형석 인권센터 조사관은 “ ‘자율’이라기엔 이 같은 수치는 확실히 비정상적이다”고 말했다.
이 학교 2학년 학생들은 조사 과정에서 “동의서에 부모님 동의를 다 받아야 하는데, 선생님이 그냥 쓰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실태는 지난 26일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가 발표한 ‘2015 초·중·고등학생 학습시간 및 부담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도내 고교생 응답자 48.5%가 오후 보충수업 참여를, 또 31.7%는 야간자율학습 참여를 강요받는다고 응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도내 고교생은 평균적으로 오전 8시 18분에 등교하고 오후 8시 38분에 하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12시간이 넘었다.
보충수업이 진행되면 방학은 사라진다.
지난달 21일 도교육청 홈페이지 학생의견함에 올라온 도내 한 사립고교 학생의 글이 이 같은 실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학생은 글에 “A고의 여름방학은 7월 17일 시작! 23일 목요일부터 보충수업 시작! 그리고 14일간 보충수업을 한 뒤 8월 11일 화요일 보충수업이 끝나고 8월 17일 월요일부터 2학기가 시작된다!”고 적었다.
방학은 주말을 제외하면 6일, 가외로 실시되는 자율학습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쉬는 날이 3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수·영 위주 ‘시험체제’
고교 ‘보충수업’은 공식 용어는 아니다. 전북도교육청은 ‘방과후 학교’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는데, 이것이 고교에서는 사실상 ‘보충수업’을 대신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실제로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고등학교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중에서 교과 과목 프로그램의 비율이 무려 85%에 이른다.
도교육청은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초등학교는 70%이상, 중학교는 50%이상, 고등학교는 30%이상 개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해두고 있지만, 현실은 다른 셈이다.
사교육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발표된 통계청 ‘2014년 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북 지역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18만3000원으로 지난 2013년에 비해 4.3% 상승했다. 참여율은 59.4%였다.
‘아수나로’의 실태조사에서는 비율이 좀 더 높게 나타나, 도내 학생 응답자 중 73%가 “올해 사교육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참여 이유로는 “성적이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두려워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는데, 같은 조사에서 도내 고교생의 93.4%가 “최근 학교나 공부, 성적 등 때문에 괴롭다고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공교육 과정 내내 지속되는 ‘시험체제’에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만성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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