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데 급급해서
호스텔 운영이라는 개인사업을 하면서 필자의 삶에 두 가지 큰 변화가 생겼다. 첫째, 시간 통제가 잘 안 된다. 게스트가 이용한 객실 침대 시트를 교체하고 다양한 커피 메뉴를 익히고 매월 한 차례씩 진행하는 강연회를 준비하다 보면 그새 한 주가 지나가 버린다. 정신없는 일상이 정신없는 국가 상황을 압도한다. 둘째, 한 주에 한권씩 책을 읽던 습관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책은 정기적으로 계속 구매하지만 반절 읽기도 전에 새로운 한 주를 맞는다. 이런 삶이 계속되다 보면 누가 어떤 정치를 하든지 사회에 무슨 일이 벌어지든지 내 삶에 큰 영향이 없을 거 같은 착각마저도 든다. 무엇이 오랜 시간 지켜졌던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는지 진중하게 이유를 찾아 봤다.
먹고 사는 일이 이유였다. 먹고 사는 일이 일상에서 너무 비중이 커진 게 문제였던 것이다. 필자만 그런 게 아니라 대다수의 99%도 마찬가지다. 일이 좋아서 많이 하는 게 아니라 많이 해도 먹고 사는 일이 잘 해결이 안 된다. 공자는 인간은 배가 따뜻해야 인과 예를 안다고 했다.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되지 않은 이들에게 정치니 도덕이니 당파니 연대니 별 의미 없다. 경제적 가난은 생각의 가난으로 또 행동의 가난으로 이어져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적극 나설 수 없게 하는 큰 요인이다.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다시 교육이다. 아니 어쩌면 역사상 교육이 필요한 제일 중요한 시기일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과는 다른 교육이어야 한다. 고작 1%만 획득하는 대학간판을 위해 99%가 고유의 적성과 능력을 포기해야 하는 교육이 아니다.
먼저 금융교육이 필요 하다. 한국사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혹은 의도적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99%에 대한 금융교육에 인색하다. 자본주의에 살게 하면서 ‘자본’에 대한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단지 열심히 살아 노동과 시간을 맞바꾸는 일만을 가르친다. 그런데 어디 부를 독점하는 1%가 99% 보다 더 열심히 노동해서 돈을 축적하는가? 99%가 먹고 사는 일에서 해방되지 못 하는 건 개인의 역량보다 교육 시스템의 구조 문제일 가능성이 더 크다.
금융·인문 교육에서 해결책을
여기에 인문교육이 더해졌으면 좋겠다. 인문학이나 인문정신을 뜻하는 후마니타스(humanitas)라는 말은 로마에서 가장 위대한 연설가로 꼽히는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가 만든 말이다. 키케로에 의하면 인문정신이란 공적 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점잖고 충실한 사적 삶을 영위한 덕성이다. 공공영역에 적극 참여라는 공동체 구성원으로 건강한 시민의식을 갖추게 할 인문교육은 우리에게 왜 진행되지 않을까. 비판과 의심이 아닌 체제 순응에 맞춰진 교육에 너무도 오랜 시간 습성화 돼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회가 됐다.
짧게는 고교 3년, 길게는 초등학교부터 12년. 거기에 또 대학 4년. 길어도 너무 긴 교육과정 시간 동안 제대로 된 금융교육과 철학을 비롯한 인문교육이 한국 사회에만 없다는 건 정말 우연일까? 이러한 교육제도는 누가 만들고 있는가. 1%인가 99%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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