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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말과 행동

▲ 김세희 정치부 기자·서울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正冠).

 

‘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않으며, 오얏나무 아래서는 관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이다. 즉, 남에게 의심받을 행동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 15일 ‘동북아 평화협력 의원외교단’ 단장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가드너 공화당 상원 의원 등 트럼프 측 인사들과 만난 후 기자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안보 불안의 몸통”이라며 “박 대통령이 조속히 결단하는 것이 한반도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트럼프 인사들에게 박 대통령의 하야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됐다. 한 신문은 이를 두고 “대통령이 조속히 하야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미국이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가 나가자 정 의원실은 “기사에서 모호한 표현을 동원해 정 의원 발언을 왜곡했다”며 “코리 가드너 의원이 현 한국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질문한 데 대해, ‘하야해야 한다’는 본인의 생각을 밝혔을 뿐이다”고 반박했다.

 

정 의원실에서는 해당 언론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한 기사의 진위 여부는 언론중재위에서 따져보면 될 일이다.

 

정 의원에게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정 의원이 밝혔듯이 방미 외교단은 북핵 문제와 트럼프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관한 입장 청취와 대안 모색이 중심이 된 자리다. 그럼에도 정 의원은 미국에서 박 대통령 하야 관련 발언에 무게를 실었고 트럼프 측 당선자에게 개인적인 속내를 드러냈다.

 

결국 트럼프 측 관계자는 “한국이 민감한 상황에 놓여 있고,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가 이를 주시하고 있다”며 “해외에 나온 한국 정치인들이 언행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의 근거도 여기서 나왔다.

 

정치인의 언행은 신중해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발언을 통해 대중에게 심판받기 때문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환 추기경은 “정치인의 말은 국가와 국민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며 국격의 척도가 된다”고 했다. 이 말을 정 의원에게 보낸다.

김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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