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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기사

우리들의 집

▲ 권화담 전북대 재학생

군대에서 휴가 나온 친구와 맥주를 마셨다. 우리 둘 얼굴이 벌겋게 되었을 때 쯤 우리는 ‘집’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친구는 tvN 드라마 〈청춘시대〉를 재밌게 봤다고 했다. 혈연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한 ‘집’에 살며, 자신의 인생과 타인의 인생을 함께 사는 서사. 친구는 그 이야기가 참 부러웠다고 말했다. 우리는 갑자기 홀린 듯 드라마에 나오는 ‘쉐어 하우스’ 이야기를 했다. 창업을 하네 마네, 규칙을 어떻게 하네 마네. 심지어 애인을 집에 들이네 마네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는 드라마 〈청춘시대〉처럼 젊은 청년들에게 복층 집을 내어놓는 마음씨 좋은 집주인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에게 ‘집’이 없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잠시 멈춘 대화 사이로 가수 한동근씨의 노래 〈그대라는 사치〉가 흘러나왔다. 그래 사치, 그댄 사치, 내겐 사치. 우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사치로 여겨지는 씁쓸한 보금자리

 

그 때 우리는 웃었지만, 우리는 ‘집’이 없었고 우리에게 ‘집’은 사치다. 200만원을 웃도는 보증금과 30만원이라는 월세. 어떤 방은 빨래라도 하는 날이면 곧게 편 빨래 건조대 때문에 침대나 책상에서 내려가지 못했다. 어떤 방은 마치 공장식 축산농장의 닭장처럼, 침대와 옷장이 방의 전부이기도 했다. 방의 가구가 침대와 옷장뿐이라는 것이 아니라, 침대와 옷장이 끝인 방이었다. 다분히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서울과 수도권의 문제가 아니라, 전북권 대학 인근에서도 이런 방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런 ‘집’에서 사는 것이 어떤 지역의 특수성이 아니었다. 학점이고 취업 준비고 잠깐 침대에 누워 눈을 붙이고 싶은 ‘집’은 좁다 못해 가끔은 외로울 정도로 갑갑했고 슬프게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보금자리로서의 ‘집’ 역시 다분히 사치였다. 사회의 ‘노력하라’는 말에 쫓기는 나에게 혈육은 ‘남들도 다 그만큼은 한다’는 말을 쉽게 했고, 어쩔 때는 그렇지 않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대꾸할 힘조차 들지 않았다. 나를 향한 기대가 나를 짓눌렀고 그 기대만큼 잘 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우리도 ‘세상 일이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항상 내 편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미친 듯이 달리기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집’으로 돌아와 쉬고 싶은데 집조차 편하지가 않았다. 사람답게 살만한 ‘집’을 찾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했고 혈육이 있는 ‘집’은 맘 편히 눈을 감을 수 없었다. 그런 이유에서 우리에게 ‘집’은 사치일 수 밖에 없었다.

 

사치 아닌 '일상'이 되는 집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집’을, 새로운 ‘가족’을 끊임없이 떠올렸다. 나와 친구의 상상은 끝이 없었다. 나는 이런 집에서 살고 싶지 않아, 그런 부모가 되지 않을 거야, 내 가족이 될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을거야, 공간까지 내가 도와주지 못하더라도 나의 가족이 ‘집’이라는 보금자리를 사치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시 생각해보니 어쩌면 바라는 것이 너무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줄줄 나열한 이 상상이 정말로 현실로 이루어질까, 우리는 믿음보다 의심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보증금 200만원과 월세 30만원을 당장 준비할 수 없어서 우리들의 집을 위해 가장 먼저 집이 ‘사치’가 되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노력하기로 했다. ‘우리들의 집’이 사치가 아닌 ‘일상’이 되는 집을 만들기 위해서.

 

△권화담씨는 청년대안언론 Misfits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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