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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 피를 흘릴테니 그러려니 해주세요

▲ 권화담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2학년

집을 나온 지 약 한 달, 여러가지를 스스로 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가계부를 쓰는 일이다. 여러가지 항목을 나누고 항목에 맞게 금액을 사용하며 생활하고 있는데, 쉽게 넘길 수 없는 항목이 있다. 바로 ‘월경’ 비용이다.

 

비싼데다 발암물질 검출된 생리대

 

월경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 몸은 건강할 때 한 달에 한 번, 6일 정도 피를 흘린다. 내가 생리를 시작한 초등학교 6학년 때는 흔히 ‘생리대’하면 떠올리는 부착형 패드를 사용했고, 대학생이 되고 지금까지는 탐폰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탐폰이 더할 나위 없이 패드보다 편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썩 낫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패드가 저렴한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몸에 맞지 않는 걸 사용하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요새는 월경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생리대 크기는 엉덩이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냐, 월경이 불편하면 묶으면 되지 않냐 같은 소리들을 듣지만 이 글에서 틀린 부분을 하나 하나 설명하지는 않겠다.- 나의 고충을 이해하는 사람과 관계 없이 생리대 가격은 내 지갑사정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 와중,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이 월경컵을 극찬하기 시작했다. 패드와 탐폰처럼 쓰레기통에서 썩어가며 피냄새를 풍기지도 않고, 최장 10년은 사용할 수 있으며 독성 쇼크사의 위험성도 적고, 생리가 끝나면 소독하여 재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이 아닌 월경 용품. 다만 우리나라에서 직접 생산하지 않아서 해외에서 구매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침 공동 구매를 하는 곳을 알게되어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월경컵이 안전히 도착하기를 바라며 신청서를 작성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월경컵을 받아보기도 전에 환불할 수밖에 없었다. 월경컵은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수입품목인데, 식약처에서는 월경컵에 대한 품목 허가 매뉴얼이 존재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전무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 구매 수량이 약 700개가 넘은 상황에서 ‘대량 수입은 판매용으로 간주되어 관세사와 일반 수입신고 당사자가 처벌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결국 공동 구매가 취소되었다. 나는 더 기다릴 만한 지갑 사정이 아니어서 환불을 요청했다.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상품을 수입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단될 수 있다는 것 정도야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월경컵 공동 구매 취소와 함께 생리대 11종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뉴스가 함께 들려왔다는 것이 화가 날 뿐이었다. 월경을 하는 사람들에게 생리대란 양말 만큼이나 일상적인 물건이다. 이런 일상적인 물건에게 건강상의 위협이 쉽게 노출되어 있는데 어떤 움직임도 없었고, 없는 점은 많은 월경인구에게 분노를 샀다.

 

대안 없는 대한민국에 월경인구 분노

 

내가 앞으로 30년은 더 해야할 것이 월경인데, 왜 안전하게 고를 수 조차 없느냐는 것이다. 양말도 내가 스포츠 브랜드의 양말을 신을 지, 아니면 속옷 브랜드의 양말을 신을 지 고를 수 있고 내 발에 편해 즐겨 신는 양말을 정할 수 있는데, 비싼데다가 발암물질까지 검출된 생리대의 대안이 없다는 것이 너무도 끔찍했다.

 

게다가 저소득층 월경인구는 생리대 가격을 감당할 수 없어 깔창이나 양말을 사용한다는 뉴스가 TV와 신문, 각종 SNS로 퍼진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장기가 닿는 것인데 어떤 보호장치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 이젠 그냥 피를 흘릴테니 그러려니 했으면 좋겠다. 굶는 것보다 월경혈을 흘리며 밖을 나가는 것이 더 끔찍해야하는 사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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