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져 가는 나라를 위해 몸을 바쳤지만, 제대로 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후손들에게 잊혔던 전북지역 의병 참가자 800여 명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광복회 전북지부와 한국고전문화연구원 등이 한말 전북 의병들과 그 행적을 조사, 총망라해 책으로 엮은 것이 그 계기다.
이들 단체는 22일 오전 전북도청 중회의실에서 ‘한말 전북의병사 연구조사 발표회’를 열었다.
지난해 8월부터 전북도의 지원으로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의병 항쟁 역사의 재조명과 의병운동 참가자 신규 발굴, 의병항쟁 유적지 문화콘텐츠 활용 방안 모색 등을 위한 연구조사를 진행했다.
두 단체는 그동안 번역되지 않았던 각종 의병 자료와 일본 측 재판 기록 등 각종 문헌을 바탕으로 전북지역에서 의병운동에 참여한 이들의 인적정보를 자료화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공훈을 인정받은 421명의 전북 의병운동 참가자 이외에, 831명에 이르는 새로운 기록을 발굴해 기록했다. 이를 통해 전북지역에만 의병 1252명이 의병 운동에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북지역은 전국에서 활발한 의병활동이 벌어진 지역으로 나타났다.
1908년 후반기부터 1909년 전반기까지 전북지역에서만 무려 492회 일본군과의 교전이 벌어졌고, 이 교전에 1만5536명의 의병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1908년에는 219차례에 걸쳐 9960명의 의병이 나라를 위해 총과 칼을 들었고, 1909년에는 273차례의 교전에서 의병 5576명이 국권을 침탈하려는 일본에 맞섰다.
이들 단체는 한말 전북의병은 다른 곳보다 10여 년이 늦게 시작됐지만, 후기 의병 시기에 눈부신 활동을 하며, 혁혁한 전과를 세웠다고도 소개했다.
전북의 의병은 일제에 나라를 잃은 후 국내 비밀결사 운동과 독립의군부, 광복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뜻깊은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조광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연구결과에 대해 “새롭게 발견된 의병들은 이름 없이 일본에 맞섰던 민초에서 비로소 후손들에게 알려질 이름을 갖게 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전북지역에서의 의병 활동은 가장 치열하게 전개된 양상을 보인다”며 “그동안 이러한 의병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의병참여자들에 대한 기록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가 기존에 안타까웠던 상황을 타파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도적으로 연구를 진행한 광복회 전북지부 이강안 지부장은 “3·1절을 앞두고 선인들의 얼을 기리는 자리가 될 수 있어 기쁘면서도 이제야 정리해 그분들에게 송구한 마음뿐이다”며 “앞으로 이러한 자료를 통해 전북지역 의병운동 참가자의 신원 회복과 의병운동 관련 문화콘텐츠 발굴 전망을 모색하고, 또한 보훈처 공훈록에 기록된 기존 의병 참가자의 자료 오류에 대한 점검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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