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가 복원한 역사 현장 ‘백의종군로’가 철조망에 가로막혔다. 인근 수목원 소유주가 수목원 뒤쪽에 옛길이 다시 나면서 방문객들이 사유지에 무단으로 넘어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철조망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남원시는 경계측량을 통해 해당 부지가 국유지인지 사유지인지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그러나 사유지로 확인되면 남원시가 예산을 투입해 복원한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로’의 해당 구간 탐방이 어렵게 될 것으로 보여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백의종군로’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1597년 모함으로 투옥됐다가 관직 없이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백의종군’할 것을 명받고 서울 의금부 옥문(오늘날 지하철 종각역 인근)에서 출발해 초계(경남 합천)에 있는 도원수부까지 640여㎞를 120여 일간 걸은 길이다.
남원시에 따르면 <난중일기> 에 나와 있는 백의종군로에 남원지역이 포함된다. 오수 금암교에서 시작해 뒷밤재~남원부~이백초등학교~여원치~운봉초등학교~주천~앞밤재에 이르는 53.1㎞ 구간으로 도보로 2박 3일 걸리는 여정이다. 난중일기>
시 관계자는 “남원 백의종군로 복원은 생동하는 역사 교육의 장이자 지역의 이야기가 담긴 향토문화유산을 발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 걷기 여행이 각광받는 것을 고려해 지역 문화유산을 관광자원화 하자는 취지도 담겼다.
이에 따라 남원시는 지난 2017년부터 백의종군로 복원사업을 추진해 사람의 흔적이 없던 옛길을 통행이 가능하도록 잡목을 제거했다. 구간별 백의종군로 코스를 안내하는 종합안내판 6개와 안내판 7개, 이정표 68개도 설치해 방문객에게 길의 역사적 가치 등을 알리고자 했다.
이후 걷기 대회와 수도권 역사학자들의 답사 등이 이어지면서 입소문도 났다.
그러나 기자가 양가리 저수지에서 여원치에 이르는 구간을 답사한 8일, 길 중간에 3중으로 쳐져 있는 철조망에 막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방문객이 몰려들자 지난해 초 인근 수목원에서 설치한 것이다. 방문객들이 철조망을 피해 산 위로 새길을 내 다니자 그 위까지 철조망을 쳐 외부인의 출입을 원천 차단했다. 수목원 측은 복원된 백의종군로 일대가 사유지라고 주장하며 소유자의 권리행사에 나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동행한 조용섭 남원 향토역사연구가는 “수목원 측에 ‘수목원 진입 금지 팻말을 달겠다’며 협조도 구했지만 소용없었다”며 “답사한 구간 끝자락에는 정유재란 때 명나라 원군으로 참전했던 유정 장군의 발자취가 기록된 비석들과 여원치마애불이 자리하고 있어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역사 현장 복원 사업과 사유지 보호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남원시는 한국국토정보공사에 경계복원 측량을 의뢰했다.
남원시 관계자는 “지적도 상 해당 길이 국유지임을 확인하고 복원한 것”이라면서 “정확한 측량 결과에 따라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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