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
영국 런던의 빈민가 태생. 당시 산업혁명의 폐해와 불평등한 계층화가 만들어낸 시대의 고아이자 범죄소년. 찰스 디킨즈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는 1838년 발표 이후 세계에서 가장 불운한 고아이자 범죄소년의 아이콘이 된 한 소년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룬다.
범죄소년이란 소년법상 범죄/촉법/우범소년 등으로 나뉘며, 특히 사회적 이슈가 큰 촉법소년의 경우,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사람이나, 형사책임능력이 없어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는다.
오늘날 우리는 많은 청소년 범죄를 접한다. 당연히 사건의 피해자 보호와 배려는 무엇보다 최우선 과제이다. 다만, 청소년 범죄 처벌수위의 부당함과 법률 개정을 통한 사회적 퇴출 등 강력한 처벌 등을 지나치게 논하기도 한다. 반면 가해 청소년의 실질적 환경 문제에 대해선 살피려 들지 않는다. 마치 당연한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른 것 마냥.
보호관찰 대상자에게 지나칠만큼 엄격한 어느 보호관찰관이 유독 청소년 범죄 대상자들에겐 처벌보다는 사회적인 보살핌이 우선해야 함을 언급한 적이 있다. 즉, 그 아이들 스스로가 가정사, 가난 등의 삶과 환경을 선택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태생적인 환경을 그냥 받아들이며 살아왔다는 것이다. 모든 범죄소년이 다 그렇진 않겠지만, 대다수의 가해 청소년들의 환경은 일반 청소년에 비해 불완전한 경우가 많고, 이러한 영향 아래 형성된 그들의 판단능력과 행동 양식도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데 어찌하여 보살핌을 제외한 강한 처벌만을 강조하는 것인가.
비록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했고, 그 책임을 위해서라도 처벌함은 마땅하나, 우리가 말하는 소위 강력한 처벌이 그들을 개선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왜 재범률은 생기는 건가.
결국 강력한 처벌도 하나의 방편일 뿐 완전하지는 않다는 걸 보여준다.
범죄 피해자의 피해 구제를 최우선으로 하되, 가해자들에게도 태생적 환경의 부당함과 이를 극복할 방안, 행동 개선을 통한 올바른 삶의 방향 제시 등 스스로 올바른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사회적인 보살핌이 마련된다면 오히려 미래의 또 다른 피해자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되진 않을까.
청소년범죄 대상자들의 보호관찰 사례들을 살펴보면, 보호관찰관이나 위원, 혹은 주변 이들의 따뜻한 관심어린 말과 눈빛 하나에도 큰 힘을 얻고, 꿈을 갖게 되며, 적극적인 변화를 도모한다. 이를 통해 검정고시나 대학에 합격하고, 사회복지사가 되고, 미용사가 되는 등 긍정적 사례들 또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는 일부의 경우 불과 몇 개월만에 그들의 인생이 놀랄만큼 개선되는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보통의 ‘우리’는 늘 풍족했기에,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기가 어렵고, 혹여 부족함을 알더라도 개선의 필요성을 알아채기 어렵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늘 부족했기에,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재능조차 살펴볼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만약 아이들이 제대로된 사회에서 보통의 일반적인 위치라도 찾을 수 있다면, 세상은 보다 일반적이고, 가장 평범한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과연 우리는 스스로 자베르가 될 것인가, 미리엘이 될 것인가.
아이들이 올바른 양심을 실천한 또다른 장발장이 되도록 기꺼이 기다려줄 여유는 없는가.
어쩌면 우리가 강력히 처벌하려는 그 아이들의 무리 속엔 본래의 착한 성품을 가진 또다른 올리버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세진 디자인에보 대표·법무부 보호관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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