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참여와 정당에 의한 대표를 핵심으로 하는 현대 민주주의의 유권자는 투표율은 1987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이는 ‘참여의 위기’를 반증하는 것이자, 입법 과정에서 ‘대표성의 위기’를 보여준다.
특히 낮은 투표율을 보여주는 청년들의 탈정치화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며 변화의 주역이었던 청년들을 오히려 정치와 사회를 망치고 있는 계층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누군가는 청년의 정치 무관심을 탓하며 청년들은 취업준비, 스펙 쌓기 등 개인의 삶에만 집중하며 사회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청년의 탈정치화에 “무책임하며 희망 없는 세대”라며 소리 높여 비판하곤 했다.
청년들의 투표율이 5060 기성세대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청년들의 낮은 투표율을 ‘비판의 대상’으로 다루기 이전에 왜 낮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지속된 경제위기와 실업난, 주거문제 등으로 무력해진 청년세대가 그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포함한 전반적인 정치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따라서 투표를 하지 않게 되며, 많은 청년들은 ‘선거를 통해 내 삶이 바뀌는 것을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며 투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치효능감이 적다는 것을 지적했다.
정치 효능감이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보고서(2010)에 따르면, 자신의 정치 행위가 실제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신념으로 투표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정치 효능감은 가족, 교육 등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형성되는데 특히 집회와 같은 비투표적인 정치참여형식을 통해서 증대된다고 한다.
실제로 박근혜·최순실 사태에서 이화여대 학생들과 광장의 청년, 청소년 행동은 변화를 확산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고, 강력한 정치 참여 동기를 확인하며 제19대 대선에서는 당시 2030 청년층의 투표율이 모두 70% 이상을 기록하며 기성세대의 투표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정치에 참여하였으나 바뀌지 않았던 고난의 시간을 거친 청년들에게 낮은 투표율로만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외면을 이야기할 수 없다. 오히려 국가의 정치와 민주주의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어있었음을 볼 수 있는 지표로 판단해야 한다.
청년들은 저조한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명확한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화를 체험한 기성세대의 투표는 정치적 성향이 모호한 반면, 청년 세대는 새로운 가치를 체득한 명확한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다.
청년 감수성 없는 청년 정책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체성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은 그에 따른 정치 효능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탄핵 촛불집회 등으로 아예 새로운 사회의 시작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투표를 백날 해도 청년 자신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면, 투표를 하러 몸을 움직이는 것을 오히려 ‘비합리적’ 행동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고함뉴스)
촛불집회와 대선,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높아진 정치효능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한다면 다시 정치에 무관심한 모습으로 회귀를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청년 세대의 문제는 단순히 청년들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으며, 개인적 문제를 넘어 사회구조적 문제로 발전한다. 따라서 정치는 표를 얻기 위함이 아닌 청년들의 효능감을 높이기 위한 ‘진짜’ 정책을 내새워야 한다.
청년은 정치를 혐오하지 않는다.
/박혜령 전주시사회혁신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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