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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올해의 전북인’ 익산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 “이 같은 비극 없도록 법령·제도 정비해야”

전북일보 선정

최재철 익산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
최재철 익산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

전북일보 기자와 논설위원들이 투표한 ‘2019년 올해의 전북인’에 집단 암으로 고통 받으며 힘겹게 정부와 싸워 그 원인을 밝혀낸 익산 장점마을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최재철)가 선정됐다.

장점마을은 80여명의 주민 가운데 30명이 암에 걸렸으며, 이중 17명은 사망, 13명은 투병 중이다.

장점마을주민대책위는 집단 암 발병 사태의 원인을 찾기 위해 수년 동안 투쟁을 벌여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환경부의 역학조사 결과 당국의 관리감독의 소홀한 틈을 이용한 인근 비료공장에서 내뿜은 연초박 연기가 집단 암을 유발했다고 인정했다.

생계를 뒤로하고 수년간 당국과 싸워온 장점마을주민대책위의 최재철 위원장을 만나 그동안의 어려웠던 점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전북일보에서 한 해 동안 지역사회 발전과 전북의 위상 제고에 공헌한 인물을 선정하는 ‘2019년 올해의 전북인’으로 장점마을주민대책위원회를 선정했습니다.

“전북일보에서 주는 상을 좋은 일로 받아야 하는데, 좋지 못한 일로 받게 돼 난감하고 당혹스럽습니다. 지금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전북일보에서 많은 노력을 해 주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역 일간지로서 그동안 우리 마을을 위해 역할을 다해 준 전북일보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마을이 살기 좋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힘써주세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오랜 사투 끝에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가 인근 비료공장과 연관성이 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연초박 내 담배특이니트로사민 등 발암물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배출되어 집단으로 암에 걸렸다’는 환경부의 최종 역학조사결과 발표에 마을주민들은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2001년 비료공장이 마을에 들어오면서 비극은 시작됐고, 셀 수 없이 민원도 제기했지만 정부와 행정당국은 어떤 조치나 답변도 없었습니다. 당시 우리가 제기한 민원을 제대로 살폈다면 많은 마을주민들이 돌아가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현재 마을주민들의 피해구제 신청이나 법적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환경부의 역학조사 결과 최종보고서에 마을주민들의 피해구제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러나 피해구제는 대상이 선별적이고, 신청을 해도 다 선정되는 게 아니며, 배상액수 역시 그동안 치료비의 자기부담금 정도만 지원하는 등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생색내기 식 피해구제는 원치 않습니다. KT&G와 행정당국 등을 상대로 한 소송 준비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익산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
익산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

-국무총리를 비롯해 전북도지사와 익산시장 등 정부와 행정기관에서 마을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장점마을에 대한 여러 지원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총리께서 사과한 뒤 전북도지사와 익산시장, 지역 국회의원 등이 찾아와 사과했습니다. 주민들이 18년 동안 고통을 외칠 때에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진정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마을주민들을 위한 의료대책과 마을 관련 사업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마을주민들은 장점마을을 위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상황입다. 특히 마을에는 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보상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고 환경 대책만 내놓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하루빨리 마을을 예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 행정에서도 발 빠른 대처를 해 줬으면 합니다.”

 

-대책위에서는 연초박을 위탁 처리한 KT&G를 상대로 사과와 함께 책임질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마을주민들이 연초박 때문에 집단으로 암에 걸렸는데도 KT&G는 ‘환경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습니다. 나이 든 마을주민들이 힘들게 KT&G 서울 사옥을 찾아가 시위를 벌였을 때도 KT&G는 문을 걸어 잠근 채 따뜻한 물 한 잔도 주지 않았습니다. KT&G가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정부를 상대로 시위를 벌일 계획입니다.”

 

-연초박의 비료원료 사용 금지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는데요.

“전북 4곳을 비롯해 전국 13곳에서 연초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연초박을 가열·건조하면 1급 발암 물질이 발생하고, 그 속에는 7000여 가지 독성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초박을 퇴비나 유기질비료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관련 법령이 하루빨리 개정돼 전국 어디에서도 연초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집단 암 발병 사태의 책임규명을 위해 익산시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익산시에 대한 1차 감사 이후 2차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마을주민들은 감사원의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신뢰하는 감사원이 명명백백하게 잘잘못을 가려내야 합니다.”

 

-대책위의 향후 계획은.

“KT&G와 행정당국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을 진행하고, KT&G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촉구를 위한 시위도 계속 벌일 예정입니다. 폐쇄된 비료공장 부지의 개발과 마을을 위한 사업이 어떻게 추진되는지 철저한 관리감독을 할 계획입니다. 우리 마을처럼 환경피해를 입은 일본의 마을을 방문할 예정인데, 수은에 의한 공해병인 미나마타병이 발생한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입니다. 내년 초순께 방문하는 것으로 현재 익산시와 협의 중입니다.”

 

-장점마을과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행정에 당부하실 말씀은.

“전국에는 우리 마을처럼 환경피해를 입어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마을이 많이 있습니다. 정부와 행정이 관련 법령과 제도 등을 확실하게 만들어 더 이상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우리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역할을 다 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강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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