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의 인수·합병(M&A) 문제가 전북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 26년만에 1일 생활권이 가능해진 전북~제주 하늘길이 끊기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합병이 결렬돼 이스타항공이 파산될 경우 대규모 실직 사태는 물론 대한항공이 국내 LCC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얻는 기형구조가 탄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 역시 두 항공사의 합병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간 이스타항공은 노조로부터 셧다운(운행 정지)과 체불임금 등을 이유로 지탄을 받아왔는데 속내를 보니 제주항공이 이 모두에 깊숙히 관여한 정황이 나타났다. 노조와 시민단체 역시 비판 대상을 제주항공으로 돌렸고, 정부 책임론도 일고 있다. 이에 본보는 두차례에 걸쳐 합병 과정의 문제점과 대안을 진단해봤다.
이스타항공은 2007년 설립돼 2009년 김포~제주 국내선 운항을 시작으로 2011년 7월 LCC 최초로 인천~도쿄(나리타) 정기편 취항에 성공한 이래 인천~블라디보스토크 정기편, 인천~나트랑 정기편을 신설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그러나 미국 보잉의 차세대 주력기인 ‘맥스8’이 반년 사이에 2대나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같은 기종을 2대나 보유한 이스타 항공은 2019년 3월 맥스8의 운항 중단을 결정하면서 자금압박을 받아왔다.
이후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을 금지하는 한한령과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금지로 발생한 노노제펜 사태,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2019년 12월 결국 제주항공과 합병 MOU를 체결하고 고용승계를 약속했다.
이후 3월 9일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을 운항중단했고, 24일 흑자를 올리던 국내선까지 전면 운항을 중단하는 셧다운에 들어갔다. 그 달부터 직원들의 임금 체불, 수습 부기장(계약직) 80명 해고, 희망퇴직 신청자 모집이 진행됐으며, 제주항공도 이스타항공에 잔금을 지급할 예정이었으나 연기했다.
노조는 체불임금에 따른 고소고발, 집회 등을 본격화했고,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은 자녀 앞으로 된 이스타홀딩스의 지분을 헌납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이석주 AK홀딩스 대표이사(당시 제주항공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와의 통화 녹취록(3월 20일)을 보면 노조의 그간 주장과는 달리 셧다운과 희망퇴직, 퇴직금 미지급 등을 종용한 게 제주항공측으로 드러났다.
제주항공측 이 대표는 통화에서 “지금은 셧다운하고 희망퇴직을 들어가야 한다.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 맞다”고 했고 이에 최 대표는 “셧다운이라는 게 항공사의 고유한 부분이 사라지는 것인데 국내선이라도 영업을 해야 하지 않겠냐. 남아있는 사람들 밀린 임금 이런 것을 제주항공이 해 줘야지. 그래야 희망퇴직도 들어갈 수 있다”고 답했다. 최 대표는 직원 급여 및 체불임금을 여러차례 언급했다.
결국 이스타와 제주항공의 합병이 난항을 겪으면서 군산~제주간 하늘길이 사라지는게 아니냐는 도민들의 우려가 높다. 특히 도민들은 폐쇄절차를 밟고 있는 광주공항이 사라지면 전남 무안공항을 이용해 제주까지 가는 불편함을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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