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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고향 베트남에서 전북을 생각하며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제 고향 전라북도를 떠나 다시금 타향살이를 하게 된 지 십 수개월이 흘렀습니다. 제가 이곳 베트남 대사로 부임하기 전에는 송하진 지사님의 배려로 1년 8개월 간 전북도 국제관계 대사로 근무하는 기회도 가진 바 있습니다.

전라북도가 제 1의 고향이라면 베트남은 제2 고향으로 불러야 할 만큼 저는 인연이 깊고 오랜 세월 근무한 곳입니다.

저의 30년 이상 되는 외교관 생활은 좀 남다르고 색다른 데가 있습니다. 저는 외교관으로서 해외 첫 근무를 베트남에서 시작했고, 현재 대사로 재직하기까지 베트남에 4번 부임하여 12년 이상 근무중입니다. 이처럼 한 나라에 여러 차례 발령받아 근무하는 경우는 이례적입니다.

또 한 가지 남다른 경험은 제가 어릴 적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고향에서 국제관계대사로 재직하면서 고향에 대한 옛 정을 토대로 미력하나마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온화한 얼굴에 늘 웃음이 가득한 상태로 도정을 이끌어 가는 송하진 지사님, 주민센터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 도민들의 예의바른 태도와 시민의식, 특성에 맞는 맞춤형 축제 행사와 잘 조성된 도로 등 고향의 선진화와 발전된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요즈음 ‘뜨는 나라’, ‘미래 성장을 주도하는 나라’로 국제사회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베트남에서 다시금 새로운 외교관 생활을 하고 있다는게 너무 가슴 뿌듯하고 특히 고향인 전북의 두터운 사랑과 후원을 늘 간직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오랜 식민지 경험과 전쟁의 참화를 극복하고 ‘메콩강의 기적’을 이루어내기 위해 진력을 다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마치 어릴 적에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에서 몸소 느꼈던 생동감이 넘치고 급속한 생활환경의 변화를 이곳 베트남에서도 체험하고 있습니다.1970년대 제 고향인 임실 마을 집에 갑자기 전기가 들어오고, 지붕이 개량되고, 전화기와 텔레비전이 설치되는 역동적인 변화를 목격하는 순간은 그 자체가 충격이었습니다. 일찍이 이런 체험을 겪은 저에게는 최근 베트남이 고도성장으로 가히 놀라울 정도로 국민들의 삶의 질이 제고되고 변화된 생활의 모습을 보면서 종종 충격에 휩싸이곤 합니다.

어찌된 일인지 베트남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 5위에,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2위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2018년 영국의 신경제 재단(NEF)의 발표). 아마 베트남 국민들이 고도성장에 따른 혜택이 곧 생활 만족도를 높여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베트남의 발전모델이 북한의 개혁개방모델로 연결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도 가져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지난해 모두가 힘든 시기였습니다. 베트남은 코로나 19 초기부터 강력한 국경통제를 실시해 방역에 성공, 국민들이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한 지 오래됐습니다. 세계인들은 베트남을 방역 모범국가로 칭송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한국과 베트남간 제한적인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베트남에 거주하는 17만 우리 동포들은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고 9000여 진출기업들도 요식업, 여행업 등 분야를 제외하고는 큰 피해 없이 정상적인 운영을 하고 있어 천만다행입니다.

신축년 새해를 맞아 앞으로 전북일보의 지면을 통해 제가 베트남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소소히 느꼈던 점들을 도민분들과 공유할 수 있게돼 무척 기쁩니다.

도민 모두가 천천히 걸어서 만리를 가는 소처럼, 우보만리(牛步萬里)의 마음으로 이루고자 하시는 모든 일들이 성취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박노완 대사는 주호치민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 전라북도 국제관계대사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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