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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받는 사람이 없는 문화평등사회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제 1회 전북여성문화예술제가 이틀간 열렸다. 미지수를 나타내는 알파벳 N을 사용하여 차별과 혐오가 없는 ‘N의 반란’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전북여성문화예술제에는 전북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여성예술인이 참여했다. 그 안에는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 연극인들부터 전통음악인, 서양음악인, 사진가, 작가, 유투브 영상 크리에이터까지 다채롭고 개성 넘치는 여성 예술인들이 함께 했다. 새롭게 시작된 여성예술인의 연대인 만큼 앞으로도 숨어있는 여성 예술인들을 발굴하고 그녀들의 끼와 열정을 드러낼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본다.

또한 지역에서의 문화예술 활동은 소외받는 예술인도 없어야 할뿐더러 문화예술의 경계를 낮추어 시민들과 함께 하는 일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작년 코로나로 모든 문화예술인들이 설 자리를 잃고 힘들어할 때 청년예술인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하는 모습에 흐뭇했던 기억이 있다. 남노송동의 오래된 목욕탕을 리모델링해서 동네의 사랑방으로 만든 까페이자 공유공간 ‘기린토월’에서는 노송동 주민들의 삶과 애환을 녹여낸 연극을 공연하기도 하고, ‘달달마을 토끼잔치’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청년예술인들과 오래된 마을의 어르신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하나 될 수 있는 작은 축제를 마련하기도 했다.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일이 멋지게 차려입고 어딘가를 가야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동네 안에서도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문화예술에서 소외된 오래된 구도심 어딘가에서도 이런 일들이 자주 벌어져야 소위 보편적이지 않음을 추구하는 예술가들도 실험할 수 있는 무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모 기관에서 중장년층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 교육 기획회의에 잠깐 참석한 적이 있다. 50-60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마련한 수업 기획안에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가장 많은 나이대임을 고려하여 외국고전소설과 연극을 접목시킨 과목과 클래식 및 와인배우기 등 다채로운 수업 기획안들이 나와 있었다. 나 역시도 한 번쯤은 배워보고 싶은 수업들이긴 했으나 의문이 들었던 것은 과연 이 수업이 일반시민 대상이 맞을까 하는 것이었다.

또한 시의적으로 따져본다면 코로나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신음소리를 내며 겨우 버티고 있는 이 시기에 공공기관에서의 수업이 마치 일부 여유로운 사람들의 놀이터마냥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쓴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문화예술의 분야는 매우 넓어서 물론 타겟에 따라 이런 수업도 필요하고 원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문턱 높아 보이는 예술 영역을 공공기관에서조차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어버린다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시민들이 많을 것이다. 할 수 있지만 안하는 것과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인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공기관의 문화예술 기획이야말로 주변의 소외된 계층을 감싸 안아주는 기획이라면 어떨까. 대중적인 수업과 더불어 문화예술과 거리가 멀게 살아온 그러나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기도 한 그들에게 예술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따뜻한 삶을 만나게 한다면 떨어진 자존감을 일으켜 세우는 보람까지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가까운 이웃들과 소통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팔복예술공장이 팔복동에 위치해있지만 ‘팔복 5길’이라는 미디어아티스트의 활동 외엔 주민들과의 예술 활동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팔복예술공장만을 홍보할 것이 아니라 실제 공장지대와 낙후된 주거 공간 속에도 예술이 스며들 수 있도록 더 아름다운 동네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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