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알아주지 않아도 한다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자본이 없으면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무용지물이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양한 문화 창작자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꿈의 시작점을 찾기도 한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군중을 뜻하는 영어 ‘크라우드’와 재원 마련을 뜻하는 ‘펀딩’이 합쳐진 단어다. 보통 온라인 펀딩사이트에 제품 프로젝트를 올리면 여러 사람들이 후원해준 금액으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거나 크게는 창업을 하기도 한다. 물론 목표 금액에 미달하여 실패한 프로젝트도 있다. 얼마 전 진행한 제1회 전주동네책방문학상은 ‘텀블벅’이라는 펀딩사이트에서 ‘수상작품집’을 만들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서였고, 목표 금액은 250만원으로 잡았다. 다행히도 100% 달성까지는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고 현재는 목표액의 두 배 가까이 후원금액이 모아졌다. 이렇게 모인 금액은 약 1,000부의 책 제작과 사은품 제작비, 편집 디자인비, 작가 원고료, 배송비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비록 책방지기의 인건비까지 챙길 수는 없어도 이런 제도가 없었더라면 힘든 시기에 십시일반 돈을 걷어서 책을 만들거나 아니면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가진 것 없는 창작자들에게는 기회의 제도이며, 재도약을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해서 그 영역이 점차 확장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곧 출간될 <제1회 전주동네책방문학상 수상작품집> 에는 대상 수상작을 비롯한 각 책방상의 수상작 외에도 작가 인터뷰, 수상 소감, 심사평이 수록되며 문학상 주제였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벗어나 자유롭게 작성된 작가들의 신작들도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책 표지의 접히는 양쪽 날개부분에는 책방 소개와 작가들의 소개가 간단히 들어가는데, 개성강한 책방들의 소개도 재밌지만 현역군인부터 70대 작가까지 다채로운 작가들의 소개 역시 감칠맛이 난다.

사실 이 소박한 문학상에 대중들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으며 기관에서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마 후원을 해주신 분들도 책방의 단골이거나 책방지기들의 지인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수상작품집을 만드는 일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필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 어떤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진행된 국내 최초의 동네책방문학상을 지속하기 위해서도 필요했고, 수상자들이 가져갈 작은 자부심을 위해서라도 책은 나와야 했다. 1회에서 그칠 것이었다면 시작하지도 않았다. 제1회 전주동네책방문학상을 진행한 서점 카프카, 살림책방, 물결서사, 잘 익은 언어들, 오래된 새길, 에이커북스토어, 책방 토닥토닥까지 일곱 군데의 책방은 문학상을 기점으로 앞으로 책을 읽는 독자 외에 글을 쓰는 독자와도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하고 새로운 기획들을 고민하는 중이다. 제1회 전주동네책방문학상 수상작품집은 4월 말경에 출간될 예정이며 전주의 동네책방들에서 판매하게 된다. 비록 책방지기들이 전문 문학심사단이 아니어서 부족한 부분들이 보일지도 모르나 소신을 가지고 진행하는 문학상인만큼 우리지역 전주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을 바라본다. 더불어 전주 곳곳의 도서관에서도 전주동네책방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만나기를 고대한다. 마지막으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만났던 독특한 아이디어 상품들과 누군가 크게 알아봐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만들어가는 작은 프로젝트들을 응원한다.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부尹대통령, 6시간만에 계엄 해제 선언…"계엄군 철수"

정부尹대통령 "국무회의 통해 계엄 해제할 것"

국회·정당우의장 "국회가 최후의 보루임을 확인…헌정질서 지켜낼 것"

국회·정당추경호 "일련의 사태 유감…계엄선포, 뉴스 보고 알았다"

국회·정당비상계엄 선포→계엄군 포고령→국회 해제요구…긴박했던 15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