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동문상점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상인회장 후보등록을 위해 지난 15일 상인회사무실을 찾았지만 선거공고문을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동문상점가상인회(이하 동문상인회) 회장 선거공고문에는 후보자격을 ‘상인회 발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봉사, 소통으로 투명하게 운영할 능력이 있는 자로서 상인회에서 정한 구역 내에 본인의 건물과 사업장(사업자등록증)을 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본인의 건물’이라고 규정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상가건물을 임차해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상인회에서 정한 회장 후보자격에 맞지 않는다.
A씨는 “상인회가 건물주만으로 구성된 것도 아니고 회원들 중에 건물주는 극소수”라면서 “동문상점가를 20~30년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도 건물주가 아니면 상인회장이 될 수 없느냐”고 지적했다.
동문상점가는 전주 한옥마을과 인접해 있어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숙박·음식점업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70년대 초 원도심에 형성돼 책방·음식점·인쇄소 등으로 호황을 누리다가 한때 도시개발에 밀려 침체에 빠졌지만 2009년 동문문화센터 건립과 함께 시설현대화사업이 진행되고 동문예술거리 조성사업과 맞물려 옛 명성을 되찾았다.
동문상인회에서는 제3대 상인회장 선거를 진행하면서 입후보자 등록기간을 지난 10일부터 15일 낮 1시까지로 정했다. 상인회 사무실 앞에는 선거공고 벽보를 붙였다. 투표는 17일 오후 3시에 열린다.
동문상인회 측은 “내부 정관에 따라 공고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일부 회원들은 등록기간이 3일 가량 지난 12일 늦은 오후에야 관련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상인회 측의 늦은감 있는 일 처리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후보자 등록 마감 2일 뒤에 투표를 실시해 선거유세에 필요한 시간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상인회원 B씨는 “선거공고문이 휴대전화 문자로 왔는데, 입후보자 등록기간 6일 중에 3일이 지난 12일 오후 5시께 받았다”며 “또 15일까지 입후보자 등록을 하고 17일에 바로 투표를 하라는 건 선거유세도 하지 말라는 말 아니냐”고 지적했다.
임규철 소상공인연합회 전주시회장은 “상인회 운영과 관련한 정관이나 규정은 상점가와 전통시장 구성원들이 모여 만들지만 사회적 통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상인회장이 상인회를 대표하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자기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시내 주요 상점가와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상인회 10곳이 조직돼 활동하고 있다. 상인회는 내부에서 자제적으로 정한 정관 등에 따라 운영되고 있어 관에서는 개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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