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종교문화 순례공간인 ‘세계 평화의 전당’이 건립 중인 가운데 공사대금을 놓고 발주처인 천주교 전주교구 유지재단과 시공업체의 갈등이 일고 있다. 소방공사를 맡은 업체가 공사를 마무리했지만 발주처는 임의설계했다며 추가 공사대금 지급 거부와 함께 원상복구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시공업체는 설계대로 시공할 경우 소방법 위반 논란이 있어 2차례에 걸쳐 설계변경해야 한다는 실정보고를 했기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세계 평화의 전당’은 국비와 지방비, 자부담 등 총 사업비 280억 원을 들여 전주 대성동 치명자성지 약 1만㎡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되고 있다. 소방공사를 맡은 A업체는 지난 2019년 천주교 전주교구 유지재단과 계약을 맺고 이듬해 2월 공사를 시작했다.
업체는 원 설계도면의 소방법규 위반 등으로 감리사와 총괄감독관에게 두 차례의 실정보고(공사 중 도면과 현장여건이 달라 변경 사유가 발생했을 때 이를 담당하는 기관 등에 보고)를 주장하고 있다. 1차는 지난해 5월 약식으로 대면 제출했고, 2차는 같은 해 11월 공문서로 접수했다는 것이다. 실정보고에 따라 추가된 공사대금은 3억 2000만 원이다.
하지만 지난달 준공 하루를 앞두고 발주처로부터 원상복구 및 재시공 지시를 받았다. 업체가 임의설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A업체는 실정보고를 했음에도 임의시공이라는 건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감리사와 총괄감독관이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두 차례 실정보고에도 제출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고 있다”며 “총괄감독관이 실정보고는 감리사가 하는 것이라고 해 감리사에게도 제출했는데 나중에 왜 발주처에 보고하지 않았냐고 따져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소방법 위반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A업체가 원 설계도면대로 원상복구 시 일부 시공이 소방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A업체는 원 설계가 소방법과 맞지 않아 실정보고 후 △내화구조 스프링클러 신축 배관 길이 2.3m 적용(당초 3m) △용접 부위 녹막이 페인트칠 △방화구획 관통 부위 내화충진재 사용 △객석 유도등 전원반 설치 등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또 해당 시공의 적법성을 묻기 위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결과 소방청은 지난 14일 소방시설공사업법에 따른 명령과 화재 안전 기준에 적합하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일부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고 추가 공사대금을 인정받지 못해 지난달 전주지방법원에 발주처를 상대로 공사대금청구 소송을 접수했다.
이에 대해 발주처와 총괄감독관, 감리사는 A업체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정식으로 실정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게 이유다. 특히 실정보고 절차는 감리 결재 후 감독관을 거쳐 발주처로 보고되는데 약식으로 제출됐고, 관련 논의나 승인도 이뤄지지 않아 추가 공사대금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총괄감독관은 “1차 실정보고 당시 추가 공사금액은 1억 원이었다. 하지만 2차 때 3억 2000만 원으로 금액이 급증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발주처에서 승인도 하지 않았는데 도면을 변경해 설계했기 때문에 임의설계로 보고 재시공을 지시한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해당 시공사와 원만한 협의를 위해 조율하고 있다”며 “조만간 공사대금 입장 차를 좁히고 원 설계도면의 소방법 위반사항에 대해서도 법 테두리 내에서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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