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인구 유출의 신호탄으로 지역학생들이 ‘in 서울’을 외치며 탈지역을 선호하던 현상은 한 두 해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에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학령인구 감소가 현실로 다가와 올해부터 지역대학의 미충원 사태까지 벌어지며 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서남대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대학의 위기는 단순히 관계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과 지역의 생활경제권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공생 관계로 학교 앞 상권 등 대학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역대학의 붕괴는 지역경제의 위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방분권의 이념에 따라 갈수록 지역 특성에 적합한 인재 양성이 요구되고 있다. 애향심과 실정에 밝은 인재는 지역의 아젠다를 제시하고, 현안을 해결하는 초석이다. 그러나 지역대학의 정원 미달이라는 미증유 사태를 겪으며 이제 연구 집단의 인력풀 자체가 감소하는 문제점에 직면했다. 이와 함께 해당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할 수 있는 학문후속세대의 양성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단순한 인구유출, 대학 정원의 미달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도모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지역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제시하는데, 그 중 하나가 ‘지역학’이다. 각 지역의 정체성 정립과 미래비전 설정을 위해 전국 16개 모든 광역자치단체에서 지역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이런 거창한 담론이 아니더라도 지역학은 우리의 터전에서 선조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알고, 이를 통해 우리의 강점과 특수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처럼 지역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전국, 세계화로 확장하는 글로컬(Glocal)의 토대라 할 수 있다.
지역의 위기가 계속되는 이 시기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냉철하게 현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개인, 혹은 기관 등의 힘으로 이룰 수 없는 일로 집단 지성이 요구된다. 여기에 긍정적 신호를 주는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제주학대회’와 ‘강원학대회’이다. 각각의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지역의 민관학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지역 정체성과 발전 방향을 자유롭게 논의하는 장으로 만들었다. 더불어 다양한 전공자들이 지역학이라는 큰 주제를 함께하는 명실상부한 대표 지역학 대회로 발돋움하였다.
전북 역시 2019년에 전북연구원 산하로 전북학연구센터를 설립하였다. 도정의 정책지원부터 연구, 대중화, 네트워크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 전북학연구센터에서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은 ‘제1회 전북학 대회’이다. 지역학, 역사, 문화·관광, 사회, 농업 등 5개 분과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금까지 전북에서 이루어진 연구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를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매년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전북의 현안과 관련된 담론을 만들고, 우리만의 시각이 담긴 아젠다를 선점하는 자리로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작은 발걸음은 지역의 민관학이 함께 모여 지역의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집단 지성의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지역에서 갖는 대학의 역할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지역대학 당위성·존재감을 내세우며 자라나는 학문후속세대에게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박정민(전북연구원 부연구위원)
△박정민 부연구위원은 중국 연변대학교 방문학자, 일본 규슈대학교 방문연구원, 전북대 강사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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