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은 필자가 오지랖이 넓다고 불만이다. 사람을 좋아하여 이런 저런 모임에서 초대하면 거절하지 못하고 최대한 참석하려고 노력한 산물이다. 변호사인 필자가 모임 활동 중 가장 애정을 갖고 보람 있게 활동해 온 단체가 ‘한국여성변호사회’다. 총무(현재 사무총장) 또는 이사였다가 지금은 부회장, 나이 먹은 것을 실감한다.
최근 가깝게 지내온 후배 남성변호사와 또래 여성변호사로부터 ‘한국여성변호사회’라는 단체에 대한 그들의 선입견을 전해 듣고 놀랐다. 변호사까지 된 여자들이 뭐가 부족해서, 뭘 더 얻어내겠다고 단체를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1954년 한국 최초로 여성변호사가 된 이태영변호사를 필두로 여성변호사들이 50여명에 이르게 된 1988년도에 ‘여성법우회’가 결성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1991년도에 ‘한국여성변호사회’가 만들어졌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회원들과 임원들에게서 갹출한 회비와 후원금을 재원으로 초창기부터 가정폭력, 이혼, 자녀양육문제 등 경제적으로 어렵고 고통 받는 여성들의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여성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무료법률상담센터를 운영하였다. 2012년 사단법인화 한 이후에는 아동학대피해자, 코피노(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자녀), 국내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익소송 등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하여 왔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여성변호사들의 권익증진만을 위한 이익단체가 아니고, 여타 변호사들 단체와는 달리 정치색도 전혀 없는 공익단체다.
이에 그 동안 대한변호사협회(국내 모든 변호사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법정 공익단체) 집행부는 재정적으로 열악한 한국여성변호사회의 활동을 격려하며 매년 일정 금액을 지원하였고, 여성변호사들은 대한변협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각종 인권 활동은 물론 열위에 있는 신입변호사들과 여성변호사들 지원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등 대한변협의 발전을 위해 적극 참여하고 협력하였다.
그런데 올해 초 대한변협 협회장 (직접)선거에서 라이벌이었던 여성후보(한국여성변호사회 전임 회장이었음)를 누르고 꾸려진 대한변협 집행부는 최근 여성변호사들이 그 여성후보를 지지하였다는 사적 감정으로(여성변호사들의 해석임) 전국 변호사들을 상대로 한국여성변호사회의 그 동안의 공익활동을 폄훼하고 왜곡하고 있다. 또 그 동안 한국여성변호사회를 지원한 대한변협의 역대 집행부에도 어떤 잘못이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한국여성변호사회의 지원 중단 명분을 얻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얼토당토않은 내용의 설문조사까지 실시했다.
최근 여성변호사는 전체 변호사 중 약 30%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변호사들은 임신·출산·육아문제 등으로 남성변호사들에 비해 부당한 편견과 차별을 받고 있다. 대한변협은 그러한 여성변호사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변호사의 공공적 책무(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수행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칭찬하기는커녕 사적 감정에 의한 보복조치, 소인배적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필자가 소속된 단체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부끄럽다. 하지만 2022년 3월에 실시되는 20대 대통령 선거의 양당 후보들 모두 경선당시 마음 상한 일로 경선에서 이긴 후보와 진 후보 간 화해가 쉽지 않고, 경선에서 이긴 양당 후보 진영에서는 서로 내가 이기면 구속시키겠다고 난리인 모습을 보면서 선거는 다 그런 거라고,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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