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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고 11·22 ‘유신반대 반파쇼선언’ 50주년 좌담회] "미래세대가 이끌어 갈 새로운 시대정신·지향점 필요"

- 장소=국회 본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실
- 참석자=소병훈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재선 국회의원), 채수찬 전 카이스트 부총장(17대 국회의원), 최규엽 신한대학교 초빙교수(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정책위 부의장), 박경희 도서출판 지양사 대표
- 사회=김준호 전북일보 서울본부장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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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유신헌법 반대 학생 시국선언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퇴학 등 징계를 받았던 당시 전주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동창생들이 국회 농해수위위원장실에서 좌담회를 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1972년 11월 22일. 유신개헌 철폐를 외쳤던 전주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50년이 지난 2022년 11월 다시 모였다. ‘11·22 전주고 ‘유신반대 반(反)파쇼선언’에 나선 소병훈·채수찬·최규엽·박경희 네 사람은 지난 15일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실에서 만나 과거를 말로 기록하고, 미래를 논의했다. 전주고 50회 친구 간 방담(放談) 형식으로 이뤄진 이번 좌담회에선 우리나라 민주화·산업화 과정을 되짚고, 선배세대로서 미래세대에 물려준 사회적 유산에 대한 고민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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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준호 본부장

군사정부 시절 고등학생이었던 친구들이 만나,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11월 22일을 회고하는 만큼 감회가 남다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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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병훈 위원장

소병훈 위원장 “우리가 모여 그 때(1972년 11월) 거사를 회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런데 기억이라는 게 늘 상 그렇듯 다들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사건의 큰 틀은 같은데 세부적인 부분에서 기억하는 게 조금 달랐죠. 그래도 어느 정도 기억의 파편들이 맞춰져서 모교인 전주고등학교 100년사에도 기록이 됐습니다. 오늘(15일)은 50년이 지난 만큼 우리도 달라졌고, 논의도 발전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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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교수

채수찬 교수 “저는 이번 좌담회에 임하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어요. 그 때의 정신을 단순하게 ‘우리가 고등학생일 때 유신에 항거했다’는 회상은 단순히 무용담이나 자랑에 불과한 것이고, 지금 시점에서 그때의 정신을 되살려보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생각이 다다랐습니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장본인인 만큼 지난날의 기여를 공치사하기보단 새로운 세대가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시대정신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민주화와 산업화 이후 새로운 지향점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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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대표

박경희 대표 “당시 고전독서가 우리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책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알고, 우리 헌법 정신을 알았어요. 과거의 일을 생각해보니 학교를 중심으로 우리의 행동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현수막과 스피커를 준비하고, 반(反)독재 파쇼 선언문을 썼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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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엽 부의장 

최규엽 부의장 “저 역시 독서를 통해서 많이 의식이 생겼죠. 비록 내가 고등학생이지만 이대로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전북도경 대공분실가서 무수한 협박성 조사를 받은 일도 기억납니다. 누가 주동자냐. 어떤 선생님이 영향을 미쳤냐. 심지어는 김대중(전 대통령)이 시켰냐 등 정말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학생들이라 스스로 일어날 것이라 생각 못한 거죠.

 

학생 신분으로 유신철폐 시위를 기획하고, 조직하는데 두려움은 없었습니까?

 

소병훈 “그때는 겁이 없었는데, 나중에 좀 우리 누나 등 가족들이 경찰에 곤욕을 치르다 보니 나중에는 좀 조심하게 됐어요. 그런데 고3 때는 워낙 혈기왕성하기도 하고, 불의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행동에 착수하기 전 정말 많은 준비를 했죠. 학교 방송실도 활용해야 하고, 선생님들 눈도 피해야 했습니다. 현실이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그야말로 정의란 무엇인가를 늘 생각했던 때인데, 지금 여기 모인 친구들이 모두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와 함께 제적을 당했던 우리 채수찬 교수는 그 다음 해 서울대 수석으로 합격했는데, 제가 꼬드겨 데모한 덕분이니 ‘수석도 내 덕분’이라고 해요.”

 

채수찬 “당시는 중앙정보부에 보안사에 경찰까지 삼엄했죠. 그런데도 일단 이 잘못된 헌법 유린 사태를 타파해야되겠다. 이런 생각이 강했어요. 나중에 조사받을 때 지하로 끌려갔는데 겁을 많이 줬어요. 수사관이 말이죠. 여기 간첩잡는 곳이라면서 핏자국도 일부로 보여주고 그랬는데, 경찰 간부 중에 우리 전주고 출신 선배들도 있었어요. 회유도 하고 협박도 하고 했는데 겁이 난다기보단 ‘해야된다’라는 생각이 우릴 행동으로 이끌었다고 봅니다.”

 

최규엽 “아까 이야기하고도 연결되는데 아직 어린 학생들이니까 멋 모르고 누가 시켜서 한다고 생각하는 시선이 강했습니다. 수사관도 계속 배후를 묻는데 이게 진짜 우리가 스스로 나섰다는 게 안 믿겼나 봐요.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해서 나왔겠냐는 거죠. 여기에 같이 행동한 친구들이나 동료를 신상을 불으라고 하는데 말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들한테도 많이 혼났습니다.”

 

채수찬 “저도 비슷한 기억이 나요. 한번은 교장 선생님이 크게 혼내는데 제가 ‘대통령이 헌법을 어기는데 학생은 교칙만 지키란 말입니까’라고 항의했더니 선생님 얼굴이 많이 상기됐어요. 교육자로서 양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최규엽 “그건 채 교수님 생각이고, 그 선생님은 진짜 화나서 그랬을 수도 있어요(일동 웃음)”

 

과거 고등학생 시절의 첫 민주화 운동인데 이것을 미래시대정신으로 어떻게 승화할 수 있을까요. 

 

소병훈 “제가 지금 민평련 대표를한지 딱 2년 째인데 공교롭게도 오늘이 민평련 대표로서 거의 마지막 날입니다. 故김근태 선배가 저를 처음 봤을 때 유신에 처음 반대한 후배라고 많이 아꼈어요. 우리 후배들이 민주화 정신에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 저의 생업이었던 출판일은 사회운동을 해오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이었습니다. 나중에 어린이 서적을 한 것도 사회의식을 미래세대에 전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고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책 한두 권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규엽 “우리 청년들 정말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 삽니다. 저도 강단에서 경력을 갖고 있는데 청년들한테 기성세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우린 대학때 학점 신경안쓰고 거리로 나가도 됐지만, 지금 학생들은 청소년때부터 미래 생계를 걱정해요. 그래서 일단은 ‘우리 세대가 미래세대의 방해세력이 되면 안 되겠다’ 이런 마음이 강합니다. 우리 세대가 선배로서 아이들 일자리 하나 만들어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진짜 민주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민주화는 됐지만, 청년이 희망이 없는 사회에요. 특히 대부분이 노동자인 우리 일반 국민 속의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박경희 “우리가 과거 살던 시대하고 이제는 패러다임이 많이 변했습니다. 앞으로는 사회적 비용이 들더라도 미래세대를 위해 민주화를 넘어 환경이나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기여를 하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거에요. 후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도 정치지만 어떤 환경을 물려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채수찬 “나는 우리가 이제 선진국에 들어선 만큼 지구촌에 대한 기여도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첫 번째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을 이렇게 이분법으로 나누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당시 경제발전이 이뤄진 것도 사실이고, 우리가 그 당시 70년대 초반 답답한 억압들과 답답한 사회 속에서의 분명히 이게 순수한 마음에서 일어나서 민주주의 방향을 제시한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나 이것을 양분해서 지금도 싸우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어떻게 진영과 사회를 융합할지를 더 논의해야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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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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