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헌법 반대 시위’ 50주년 맞은 전주고 11·22사건 주역들
당시 참여 소년 4명 좌담회 갖고 독재시대 되묻고 미래 논의
“오늘 모임은 우리가 고등학생 시절 유신독재에 항거했다는 사실을 단순히 회고하거나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민주화 대 산업화’라는 이분법적 틀을 깨고, 새로운 지향점을 모색하기 위함입니다.”
지난 15일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실에서 만난 1972년 11월 22일 전주고 유신반대 시위 주도자들이 한목소리로 내놓은 말이다.
1972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위한 10월 유신을 선언하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그해 11월 21일 유신헌법이 통과됐고, 이튿날 당시 전주고등학교 3학년생이었던 소병훈, 채수찬, 최규엽, 박경희, 오용석, 박종영, 최수열 등은 학교운동장에서 ‘유신반대 반(反)파쇼선언문’을 낭독하고, 30분간 교내 시위를 주도하다 경찰에 연행돼 전북도경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일주일 후 학교는 소병훈, 채수찬, 박경희를 제적하고, 최규엽, 박종영, 최수열, 오용석에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이들 모두 대학입시를 코앞에 둔 수험생 신분이었다. 10월 유신에 반대한 최초의 데모 주동자이자 제적생이 된 것이다.
2022년 11월 22일. 이들이 유신반대 시위에 나선 이후 50년이 흘렀다. 독재에 항거했던 소년들은 이제 68세(1954년생)의 나이가 돼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당시 11·22 학내시위 주역이었던 소병훈(재선 국회의원·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채수찬(전 국회의원·전 카이스트 부총장)·최규엽(신한대학교 초빙교수·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박경희(도서출판 지양사 대표) 네 사람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파고를 넘은 대한민국에서 박정희 유신독재 시대를 되묻고, 미래를 이야기했다.
이들의 논의는 단순히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대화는 자연스레 지난 정권의 공과를 통해 수험생이었던 자신들이 가졌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어떻게 지금의 시대정신으로 승화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귀결됐다.
2022년 현재 대한민국은 해방전후 시절을 연상케 하는 이분법적 대결로 치닫고 있다. ‘지역과 이념에 찢긴 갈등’은 정치진영 간 사생결단 싸움으로 번지면서 우리 사회의 발전적 담론을 가로막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청년세대가 ‘먹고 살 걱정’에 직면해 있다는 게 이날 도출된 공통된 문제의식이었다.
이번 모임을 주도한 채수찬 교수는 “우리 사회를 이분법으로 가르는 산업화, 민주화 세대의 갈등 구조를 뛰어넘을 때”라면서 “21세기 한국을 이끌어나갈 세대에겐 통합과 다원화라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기성세대와 정치인들은 사회 안전망 구축과 복지 등 분배기능의 효율적 작동을 통해 위기에 대비하고, 지도자는 포용적인 리더십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시기”라고 미래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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