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서 한 해 평균 1만 건이 넘는 주취자 신고가 112에 접수되는 가운데, 현재의 경찰력으로는 주취자 대응에 한계가 있어 관련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전북경찰에 신고된 주취자 건수는 4만4246건이다.
연도별로는 2019년 1만1934건, 2020년 1만 1131건, 2021년 9404건으로 한 해 평균 1만1061건의 주취자 신고가 전북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주취자 신고 건수는 1만1777건으로 이는 코로나19 상황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신고 건수가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늘어나는 주취자 신고 건수에 비해 이를 담당할 경찰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도내 지구대 및 파출소 정원은 총 2279명으로 한 해 평균 1만1061건의 주취자 신고에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이 마저도 교대 근무로 운영되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주취자 대응 경찰 인력은 더욱 적다.
인력 문제 뿐만 아니라 주취자 대응을 위한 관련 제도와 시설이 미비한 점도 경찰의 주취자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주취자를 포함한 보호조치 대상으로 ‘응급구호’가 필요하거나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 신체, 재산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명백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찰관이 보호조치 상황에서 자의적 판단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취자 대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또 그간 주취자 안정실을 운영해 왔던 경찰은 강제구금 등 인권 문제와 응급상황 대처에 미흡하다는 이유로 2009년 폐지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주취자를 일일이 챙겨야 하고 이로 인한 업무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일선 지구대 경찰관은 “주취자 특성상 순순히 통제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렇다고 물리적으로 대응하면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다”며 “주취자가 술에서 깰 때까지 다른 업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실정에 전국적으로 ‘주취자 응급센터’가 설치돼 운영되고 전북은 2021년부터 전북경찰청이 원광대병원과 협력해 운영 중이지만 단순 주취자를 대상으로는 운영되지 않으면서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도내 주취응급센터로 이송된 만취 대상 주취자는 2021년 6건과 2022년 12건에 불과하다.
또 익산이라는 지리적 위치도 타 시군에서 발생하는 주취자 대응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주취자 보호·관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 주취자 개선을 위해 초동조치 단계에서 의료전문가 개입을 제도화하고 경찰과 119구급대, 병원이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로 영국은 경찰뿐만 아니라 소방과 응급구조대 등도 보호조치의 주체가 되며 ‘이동식 주취자 보호소’나 ‘간이 주취자 해소 센터’를 통해 탄력적으로 주취자 보호시설을 운영 중에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병원 치료가 필요 없다는 의사 확인서를 받아야만 경찰관서에서 주취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 경찰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있다.
이송림·조민주 입법조사관은 “주취자 문제는 일선 경찰관의 일상이 될 정도로 양적으로 과중한 측면이 있지만 단순 보호뿐만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경찰 단독으로는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실효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 마련을 위해서는 자치단체, 소방, 의료기관 등 유관기관의 연계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청은 경찰 주취자 대응 문제가 확산하자 ‘주취자 보호조치 개선 TF(테스크포스)’를 구성해 관련법 제도 등을 개선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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