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중에는 전라북도에 웬 방위산업이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방산기반이 타 지자체에 비해 극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전라북도는 방위산업 불모지로 여겨졌고,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방위산업을 육성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전북도청을 처음 방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작년 7월 말, 전북도청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김관영 지사를 면담하였다. 면담 내용은 뜻밖이었다. 전북도의 미래 산업으로 방위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며, 행정적으로 확고히 지원할 예정이니 함께 해달라는 제안이었다. 전북도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온 탄소섬유 산업의 활용성이 이 매우 크다고 판단되어, 그 자리에서 함께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더불어, 전북도가 방산영역을 새롭게 확대하는 확장성에 중점을 두고 기존 방산중심 지자체와 협업하며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방식으로 추진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방위산업의 허브가 될 수 있다고 제언하였고, 김지사는 이에 흔쾌히 동의하였다. 그렇다면 후발주자인 전북도가 방산의 허브가 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확장성과 협업이 핵심 키워드이다.
최근 폴란드와 초대형 수출계약 등 K-방산의 전성기를 알리는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CNN은 “한국 방위산업은 이미 메이저리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50여 년간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방산 현장을 지켜온 연구자들, 방산업체, 그리고 정부의 일관된 방산육성 정책이 맞물려 이룩한 성과이다. 이러한 성과를 지속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신무기 위력이 증명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우주감시체계 유무인복합체계 등 최첨단 신기술을 끊임 없이 개발하여 기존 무기체계와 접목해야 한다. 그리고 최고의 방산기술 인재를 양성하여 투입해야 한다. 여기서 전북도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 방위산업은 초기 막대한 투자가 수반되는 산업이다. 기존 방산 중심의 지자체는 수십년간 막대한 투자를 해왔고 현재 그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후발주자인 전북도가 타 지자체와 경쟁하는 방식으로 방산육성에 나선다면 성공할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전북도가 방위산업의 미래를 보장하는 신기술 신소재 개발 및 생산, 인재 양성의 메카가 되어 기존 방산 지자체에 제공하는 중심적 허브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가? 전북도가 지난 10여 년간 우직스럽게 투자해온 탄소섬유 산업은 미래전의 핵심인 우주 및 유무인 복합무기체계의 기반산업으로서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그리고 방산인재 양성에 집중할 수 있는 지역거점 대학과 신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실험 및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광대한 공간 새만금이 있다. 여기에 미래를 내다보는 훌륭한 리더십과 이를 뒷받침하는 대학, 지자체 공무원, 핵심기술을 축적해온 방산 유관기업 등이 있다.
최근 국방과학연구소와 새만금청은 신기술·신소재 개발을 위한 인프라 조성 등을 주 내용으로 ‘첨단기술 개발 및 산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필요한 조치를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전북대는 올해 내 국내 최초로 학부과정 방위산업학과를 신설하여 방산에 특화된 인재를 양성할 예정이다. 방산인재 양성과 신기술 개발에 주요 방산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춘매추국 각유시(春梅秋菊 各有時)’, 매화와 국화 저마다 다 때가 있다는 뜻이다. ‘전북도 방위산업 허브화 추진’ 지금이 그 “때”다.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전북대 특임교수
△강은호 정책자문위원은 미국 싱크탱크 CSIS 방문연구원, 방위사업청 차장과 청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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