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기 전에 한 가정의 소중한 아들입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마련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경북 호우 피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급류에 실종돼 끝내 숨진 채 발견된 전북출신 고 채수근 해병에 대한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사고가 전북 지역 수해복구 작업 현장에서도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어 작업 병력 등에 대한 안전대책이 함께 전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오후 11시 8분께 경북 예천군 내성천 고평대교 하류 400m 지점에서 해병대 1사단 소속 채수근 해병(20)이 숨진 채 발견됐다.
남원이 고향인 채 해병은 전북도 소방본부에서 27년간 근무했던 소방관의 외아들로 전주에서 대학을 다니다 지난 5월 해병대에 입대했고 이번 호우때 실종자 수색을 위해 현장에 투입됐다가 변을 당했다.
최용선 해병대 공보과장은 20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구명조끼는 하천변 수색 참가자들에게 지급이 안 됐다. 현장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채 해병이 실종자 수색을 하는 데 있어 최소한의 안전 장비 착용 등 군 대민 지원 작전시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사고가 군 병력과 경찰력 등이 동원돼 복구작업이 한창 전개되고 있는 전북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전북 지역은 많은 비로 지반이 약화돼 언제든 자칫 토사 유실이 발생할 수 있고, 동시에 11개 시군에 발효된 폭염주의보로 온열질환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9일 익산시 망성면 한 침수 비닐하우스에서 군 장병들이 하우스에 퍼진 난방유 제거 작업을 전개했는데 이 때 뜨거운 날씨로 내부에는 기화된 유증기와 악취가 가득 들어차 있기도 했다.
이때문에 피해 복구에 나선 군 장병들은 5분마다 교대 작업을 해야 했으며 일부 장병은 비닐하우스 내부를 벗어났을 때 가쁜 숨을 몰아쉬기도 했다.
비록 당시 해당 비닐하우스는 양쪽이 개방돼 있지만 입구 사이가 너무 멀어 무더운 날씨로 인한 온실효과와 기화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20일인 이날도 체감온도가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 35사단 장병 등 군인 1200여 명과 경찰 9개 기동대 600여 명이 복구 작업을 전개하고 있는 등 이들에 대한 안전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35사단 관계자는 “현재 장병들이 복구 작업에 투입되기 전 매일 안전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작업 시에는 방수 장갑 등 안전 장비 등을 지급하고 있다”며 “또한 비닐하우스 내 복구 작업 시 가스 등에 대한 노출 피해를 예방하고자 공기 순환 여부 등 지휘관이 안정성 평가를 해 작업이 불가하다고 판단 될 경우 복구 작업을 후순위로 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병대는 이날 숨진 고 채수근 해병을 일병에서 상병으로 추서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 군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한 해병 전우가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관련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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