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무기라는 단어에 독자 분들께서는 F-35, 토마호크,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떠올리실 것이다. 첨단무기는 첨단기술의 집합체로서 전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등 강대국은 무기개발 시 자국의 첨단 기술역량을 총체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그러나, 첨단무기는 지나치게 고가인 경우가 일반적이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첨단기술을 보유하지 못하여 개발 자체를 꿈꾸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첨단무기를 첨단기술의 집합체로만 한정할 필요가 있는가? 기존의 무기에 신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첨단무기와 같은 역할을 한 사례를 소개한다.
먼저, 1950년대의 수류탄이 드론을 만나 러시아 탱크의 천적으로 변신한 사례이다. 작년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례로, 우크라이나 드론부대는 회전날개 8기를 장착한 옥토콥터에 50년대 개발된 곤봉탄을 결합하여 300m 고공에서 투하, 러시아 군의 전차, 장갑차의 취약한 상단을 정확하게 타격하였다는 것이다. 옥토콥터는 약 1천만원, 곤봉탄은 13만 원에 불과하다. 러시아 전차는 최소 10억 원을 호가하니, 구형 곤봉탄이 드론이라는 신기술과 결합하여 최고의 가성비를 갖춘 첨단무기로 변신한 것이다.
‘등자’와 ‘야전삽’ 역시 그렇다. 등자는 말 안장에 연결해서 기수의 양발을 받쳐주는 도구이다. 등자의 발명 전에도 기병은 활용되었지만 양손을 활용하여 전투에 임할 수 있는 기병을 양성하는 데에는 수년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등자가 도입된 후부터 양 손으로 방어무기와 공격무기를 동시에 활용하거나 몸을 돌려 뒤 쫓아오는 적을 향해서도 활을 쏠 수 있는 안정적인 자세 유지가 용이해졌고 기병의 양성도 단기간에 가능하였다. 이후 보병 중심의 군 체계는 기병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일찍이 등자를 도입한 게르만 민족은 기병을 중심으로 군을 재편하여 보병 중심의 로마제국을 멸망시키기에 이른다. 야전삽! 중세의 영주들은 성을 쌓아 자신의 영지를 지키려 했고, 전쟁은 주로 이 성을 공격하는 공성전의 형태로 벌어졌다. 거대한 성벽이 제공하는 방호력은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공격을 방어하는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거대한 성을 쌓아 방어하는 방식은 포병의 출현으로 사라진다. 우뚝 솟은 성은 포병의 쉬운 먹잇감이 된 것이다. 이러한 포병에 개인 병사가 대응하는 장구가 야전삽이다. 야전삽은 병사에게 수 십분만에 거대한 성과 유사한 수준의 방호력을 제공한다. 게다가 땅 속으로 파고들어 포격 대상으로 삼기에도 쉽지 않았다. 야전삽이 병사들의 개인 장구로 지급된 것은 1910년대로, 1차 세계대전은 지리한 참호전으로 전개되었다.
위 사례에서 기존 무기체계가 신기술과 창조적으로 결합되면 첨단무기로 재탄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북도의 방산 허브화! 경량성, 고강도의 탄소소재 등 신기술을 기존 무기체계에 덧입혀 가성비 높은 첨단무기로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불시일번한철골 쟁득매화박비향(不是一翻寒徹骨 爭得梅花撲鼻香)! 당나라 황벽선사의 오도송이다. 한차례 뼈에 사무치는 추위를 겪어보지 않고서는 매화가 콧속을 파고드는 향기를 얻을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전북도는 부가가치로 되돌아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소재 산업에 우직스럽게 투자해 왔다. 많은 아품의 시간을 견뎌왔다. 이제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을 때이다. 창조적인 방식으로!!!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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