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리튬' 생산의 국산화 전진기지로 부상하면서 과거 전북이 밀어냈던 기회가 재조명되고 있다.
석유 없이 굴러가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있을 수 없듯이 전기차도 리튬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 전기차 시대 리튬이 '하얀 석유'로 불리는 이유다.
전기차 배터리는 종류가 무엇이건 모두 리튬이 들어간다. 과거 이 리튬은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특히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의 중국 의존도가 높았다. 그런데 포스코가 전남 광양 율촌산업단지에 수산화리튬 공장을 준공하면서 시장판도 역시 달라졌다. 포스코는 당장 내년부터 현재 중국에서 전량 조달하고 있는 수산화리튬을 국산으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북미 등 세계시장 공략을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최근 다시 물동량을 회복한 광양항은 국산 리튬의 영향으로 더 큰 호재를 맞았다.
문제는 전기차 배터리 즉 이차전지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이 같은 기회가 과거 전북에 제 발로 찾아왔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북은 당시 도에서 새만금 사업 지원을 맡았던 국장급 간부 공무원의 세계시장에 대한 안일한 이해와 보신주의로 찾아온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았다. 해당 고위공직자는 도내 한 자치단체의 부시장까지 지낸 뒤 정년 퇴임했다.
포스코 그룹은 지난달 29일 전남 율촌산업단지에서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수산화리튬 1공장을 준공했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지난 2021년 포스코홀딩스와 호주 광산 개발 회사 필바라미네랄이 합작해 만든 회사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포스코와 손을 잡은 필바라미네랄이 지난 2017년 전북과 인연을 맺을 만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은 당시 이철우 청장 주도로 ㈜리튬코리아와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리튬 국산화 제조시설 건립’에 관한 투자협약(MOU)을 군산 라마다호텔에서 체결했다. 업무 협약 골자는 협의를 통해 리튬 광산을 가진 호주 필바라미네랄(원료 공급)과 LG화학(수요 기업)의 참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협약에서 눈여겨볼 기업 역시 LG화학과 필바라미네랄이었다. 당시 많은 언론도 ‘하얀 석유’ 리튬이 앞으로 새만금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갑자기 필바라미네랄(Pilbara Mineral)은 리튬코리아와의 협약을 철회했고, LG화학이 전면에 나섰다. LG화학은 지난해 2월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에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회사의 피해가 우려되므로 직접 생산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이는 행정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LG화학의 리튬 원료 확보는 물론 리튬생산 MOU 파기 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설득이었다. 전북도나 새만금개발청이 적극적으로 나섰어도 LG화학과 전북이 필바라미네랄을 잡을 수 있는 확률은 100%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때 행정 당국이 유동적으로 대응했을 경우 최소한 후속대책은 세울 수 있었다는 평가다.
전북도는 LG화학이 조건으로 내세운 △임대용지 공급 △보조금 지원 △부산물을 매립재로 재활용에 대해 스스로 입증할 수도 없었던 환경문제를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그 이후 해당 건에 대한 LG화학과 전북도의 소통이 사실상 끊어졌다. 전북도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자 새만금개발청도 손을 뗐다. 그러던 중 얼마 지나지 않아 리튬 확보경쟁에 공격적으로 나선 포스코는 호주 서부 필강구라 리튬광산의 지분 100%를 보유한 필바라와 리튬정광 장기구매 계약을 맺었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포스코필바라 공장의 시초다.
포스코가 전남 여수 율촌산단에 올해 준공한 것은 1공장으로 내년에 2공장까지 지으면 포스코필바라는 호주 광석 리튬을 기반으로 연간 총 4만 3000톤(t) 규모의 이차전지 소재용 수산화리튬 생산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이는 전기차 1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원광은 호주에서 들여오고, 여수에서 제련해, 배터리 소재 기업에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광석 원료를 가지고 전기차 배터리급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유일한 회사인 포스코필바라 본사는 전남 광양에 위치해 있다.
당시 관련 업무를 맡았던 전북도 관계자(현 퇴직자)는 “부산물 처리문제로 리튬공장 신설에 다소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사실은 있지만, 이는 결정적인 투자 무산 원인이 아니고 실제 원인은 필라바와의 협약이 중간에 틀어진 데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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