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 전기차 충전소 의무 설치 유예기간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전기차 화재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유예기간 만료가 적절한 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안전성 확보와 법령이나 조례 등 대책 마련 등이 이뤄질 때까지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2년 1월 28일 시행된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라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중 주차면수를 50면 이상 설치한 공동주택은 오는 2025년 1월 27일까지 전체 주차면수의 최소 2~5%에 해당하는 전기차 충전시설 및 친환경차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최대 3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며, 이행될 때까지 매년 3000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는 총 1만 2067곳으로 위치별로는 지상 8205곳, 지하 3862곳이다. 지하에 설치된 대부분(91%)의 전기차 충전소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최근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전기차 화재 등 안전문제다.
최근 발생한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 공포증’이 커지고 있다.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에서 엄청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고, 각종 화재 안전시설 또한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전국 곳곳의 아파트 및 공공기관별로 전기차 출입금지 조치까지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추진해야 하는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주시 삼천동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아파트에 8개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 있는데, 이행 과징금을 받지 않으려면 추가로 8개 가량을 설치해야 한다”며 “지하주차장에는 화재 위험성이 커 지상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아파트에 등록된 전기차의 숫자는 총 23대인데, 주차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충전소 설치에 대한 반발이 심해 주민투표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재 원인 및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법을 무조건 지키라는 것은 부당한 것 같다. 우리 아파트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아파트들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시 송천동 아파트 입주자 대표 A씨는 “우리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밖에 주차시설이 없어 화재에 더욱 취약하다”며 “기존 충전기를 안전성이 강화된 충전기로 교체하는 방안에 대해 주민투표를 할 예정이다. 정부에서 안전성이 강화된 충전기 교체에 대한 보조금 사업을 오는 9월부터 접수받는다고 하는데, 현재 PLC라고 불리는 과충전방지 충전기를 등록한 업체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 5%의 설치 규모를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현재 모든 공동주택의 전기차 충전소는 정부 보조금 사업으로 진행돼 공동주택 측이 부담한 금액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현재 설치된 충전기를 지상으로 이전하거나, PLC 충전기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금액이 투입돼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 보조금과 관련 제품마저 미확실한 상황에서 충전기 설치 유예기간을 단기적으로라도 연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전북자치도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소 설치의무는 법으로 정해진 사항이어서 지자체 차원에서 설치를 유예할 수 없다”며 “산업부에서 친환경자동차법을 제정했고, 그 안에 유예부분이 담겨있는 것이기 때문에 유예를 하려면 중앙부처가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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