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에서 삼수회(三水會)는 무시못할 모임체로 인정받는다.
재경 전북출신 공직자 모임인 이 조직이 정부 기관 도처에 뿌리를 박고 있을 뿐 아니라 저마다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강, 만경강, 동진강 등 도내 3대 강(江)을 빗대어 이름을 딴 삼수회는 그래서 전북인재의 보고로 불리기도 한다.
재경 전북출신 공직자 모임인 삼수회의 역사는 새마을 운동의 태동기로부터 시작된다.
전북이 인물의 고장으로 불리는 것 만큼 전북 출신 공직자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고향발전에 힘을 보태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재경 공직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공감대가 싹트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초.
당시 국회가 서울 태평로에 있었고, 이곳이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자주 오가는 집합처이다보니 자연 전북출신 공직자들에게도 만남의 장이 되었다.
고향 선후배들끼리 소주집에서 정을 나누며 이구동성으로 내뱉은 얘기는 전북인들도 자신감을 갖고 서로 의지하면서 지내자는 것.
이러한 여론은 마침내 전북출신 서기관급 이상 공직자 40여명이 친목모임을 가짐으로써 결실을 보게 됐다.
새마을 운동의 깃발이 꽂힌 72년 초, 재경 전북출신 공직자모임인 삼수회가 탄생한 것이다.
고병우 재경 전북도민회장, 강동석 인천공항사장 등이 당시 정부부처 서기관급으로 창단멤버인 셈이다.
이렇게 출범한 삼수회는 모임 명칭의 의미를 살려 매월 셋째주 수요일 모임을 갖고 선후배간 친목도모와 고향발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우의를 다져왔다.
그러던 삼수회가 한차례 걸림돌을 만난 건 80년.
서슬퍼런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지방색을 띤 공직자 모임을 일절 금지시킨 것.
이로인해 삼수회는 이름만 남긴채 4년여 동안 정식 모임 한번 갖지 못하는 불행을 겪어야 했다.
이 모임이 이처럼 공중에 뜬 가운데도 전북출신 공무원들은 삼삼오오 만나며 비공식적으로나마 우정과 애향의식을 나누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한 응집력과 향수가 싹 텄다는 것이 당시 공직자들의 회고다.
이런 의지를 바탕으로 삼수회가 다시 깃발을 내세운 건 84년.
삼수회가 정치색이나 배타성을 띠지 않은 순수한 고향 선후배 친목모임이라면 굳이 눈치볼 필요가 없다는 용기의 소산이었다.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가진 재발기인 모임에는 80여명의 공직자들이 참석, 삼수회 재건에 대한 강한 의욕을 과시했다.
초대 회장으로 남원출신 김용한 전 과기처차관(아웅산 사태때 작고)을 옹립한 삼수회는 이후 2개월에 한번씩 운영위원회를 열어 모임의 활력을 더해갔다.
조직과 정관을 갖추고 명실상부한 전북출신 공직자 모임으로 다시 출발한 것이다.
현재 삼수회 운영시스템은 바로 이때 체계와 골격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렵게 재건에 성공한 삼수회였지만 시련은 또 있었다.
노태우 정권때 전북인 모임을 못마땅하게 여긴 정보기관들이 사시적 시각으로 삼수회에 대한 정보를 올렸고, 결국 청와대에서까지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청와대에서 삼수회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당시 이연택 행정수석이 『저도 삼수회 회원입니다. 삼수회는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단체가 아니고 순수한 선후배 친목모임입니다. 공직사회에 오히려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고 해명해 가까스로 화 없이 지나간 일은 지금도 유명한 일화다.
전북출신 국회의원을 자동직 고문으로 둔 것도 한차례 곤욕을 치르게 했다.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황색돌풍으로 도내 전 선거구에서 야당인 평민당 후보가 당선되자 삼수회가 야당과 연결되었다는 권력층의 시비를 사기도 했다.
이후에도 정보기관이나 권력층에서 그런 모임은 없었으면 하는 무언의 압력이 비일비재 했지만 꿋꿋이 모임을 지탱해온 것이 삼수회의 역사다.
삼수회가 지나온 길에 번번이 발목을 잡곤 했던 것은 다름아닌 「전북」이라는 이름이었다.
지역차별의 어두운 그림자가 항시 따라다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삼수회는 그 순수성을 바탕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탄탄한 모임체로 성장을 지속해 왔다.
현재 삼수회는 정부부처 서기관급 이상, 정부투자기관 부장급 이상 인사들을 정회원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91년부터는 사무관급을 포함해달라는 강력한 요청에 의해 중앙부처 사무관급을 준회원으로 참여시키고 있다.
이렇게 준회원을 포함해서 현재 삼수회가 거느리고 있는 회원은 모두 1천4백20명.
중앙 공직사회에서 하나같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회원들이고 보면 인재의 보고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삼수회의 조직은 크게 운영위원회와 집행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운영위원회는 회장단을 비롯, 정부기관 관리관급 이상의 고위직 인사들로 현재 41명이 참여, 2개월에 한번씩 모임을 갖고 있다.
선후배 친목에 주된 목적을 둔 만큼 전북출신 인사들의 입각이나 퇴직때 축하와 격려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상례다.
집행위원회는 행정. 입법. 사법부의 49개 부처청(서울특별시. 서울교육청 포함)과 15개 정부투자기관에 각각 1명씩을 두고, 회장과 간사장 및 총무간사가 주관하고 있다.
이들 집행위원은 각 부처청의 간사를 맡아 총회를 떠받치는 조직이다.
전체 회원수를 따지면 거대한 조직이지만 실제로는 운영위원회와 집행위원회가 모임을 갖고 이끌어 간다.
삼수회는 공직자라는 신분상의 제약 뿐 아니라 지역출신으로 국한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대외적인 운신이 매우 조심스럽다.
많은 회원을 두고도 특별한 사업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전북출신 공직자들에게는 마음적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전북에서 중아부처와의 협조를 필요로 할 때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와함께 출신지로 인한 인사상의 불이익을 막는데도 보이지 않게 힘이 되는 것이 삼수회다.
삼수회의 자랑은 무엇보다 선후배들의 끈끈한 유대와 애향심에 있다.
타 지방에서 전북을 유독 부러운 눈길로 보는 점이 그것이다.
많은 시. 도에서 그동안 삼수회를 본따 공직자 모임을 추진했지만 실패한 점이 이를 반증한다.
또 하나 삼수회의 인기작은 「삼수회 수첩」이다.
전북출신 주요 공직자들이 거의 다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중앙부처와의 교류통로를 원하는 많은 자치단체와 지방인사들이 이 수첩에 의존하기 때문.
삼수회는 이 수첩을 매년 회원수 이상으로 제작하고 있지만 이런 선호 탓에 수첩 배포에 홍역을 치를 정도이다.
어쨌든 삼수회는 패배주의에 젖어 있던 과거 의식에서 탈피, 국가에 봉사하고 고향을 사랑하는 당당한 전북인재로 서기 위해 어깨를 펴고 있다.
◇.강봉균(康奉均) 삼수회장은 『전북인의 진가는 무엇보다 나라가 어려울때 앞장서 국난극복에 힘쓴 것』이라고 줄곧 강조한다.
이런 맥락에서 삼수회 역시 지방색을 내세우는 것보다 공적인 책임감과 사명의식에 모임의 정신을 우선적으로 두어야 한다는 지론이다.
혹독한 경제난을 겪을 때 전북인재들이 국정의 요소 요소에서 경제난 탈출의 중임을 맡아 성공적으로 역할을 수행했던 점을 자랑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럴때 전북인의 우수성이 인정되고, 자연히 전북발전의 보이지 않는 힘이 생긴다고 강 회장은 지적한다.
문민정부때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입각, 삼수회장을 맡은 그는 『지역주의로 보는 외부의 시각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내실있는 모임을 이끌어오는데 주력했다』면서 앞으로도 삼수회는 물론 국가와 고향발전을 위해 힘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오다.
군산이 고향으로 군산사범과 서울상대를 나온 강 회장은 치밀한 행정능력과 아이디어를 장점으로 국민의정부에 와서도 정책기획수석, 경제수석, 재정경제부장관으로 연이어 발탁,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서울=윤재식기자 yoonjs@jeonbukilbo. co. kr
◇. 삼수회 역대 회장단
초대 김용한 전 과학기술처차관
2대 조철권 전 노동부장관
3대 황인성 전 국무총리
4대 배석 전 대법관
5대 최동섭 전 건설부장관
6대 박승 전 건설부장관
7대 고건 서울특별시장
8대 최동섭 전 건설부장관
9대 이연택 전 노동부장관
10대 고병우 전 건설부장관
11대 이종률 전 국회사무총장
12대 진념 기획예산처장관(전 노동부장관)
13대 강봉균 재정경제부장관(전 정보통신부장관)
◇. 삼수회 운영위원회 명단
▲명예회장 한승헌 전 감사원장 ▲회장 강봉균 재정경제부장관 ▲부회장 박보무 감사원 감사위원, 오홍근 국정홍보처장, 한덕수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엄익준 국정원 2차장, 이남기 공정거래위 부위원장, 이수일 감사원 사무총장, 임휘윤 서울지검 검사장, 이무영 경찰청장, 이강국 서울고법 부장판사 ▲간사장 김두영 전북일보 상임이사 ▲총무간사 하재룡 정부전산정보 기획과장 ▲운영위원 강동석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권형신 행자부 민방위재난통제본부장, 김경섭 기획예산처 예산총괄심의관, 김동선 정보통신부 기획관리실장, 김상훈 금감위 부위원장, 김용한 산림청 차장, 문동신 농업기반공사 사장, 박동화 건교부 도로국장, 박문석 문화관광부 기획관리실장, 박창정 농촌진흥청 차장, 방극윤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석순용 고충처리위 상임위원, 신동오 중소기업청 차장, 양만기 한국수출입은행장, 오대규 보건복지부 보건증진국장, 유희열 과학기술부 기획관리실장, 이경삼 한국전력 전무이사, 이연택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이정두 조달청 차장, 이정식 국토연구원 원장, 이형규 국무총리실 기획심의관, 이홍석 문화관광부 차관보,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 정신 외교통상부 재외국민영사국장, 진념 기획예산처장관, 최이식 국세청 법무심사국장, 최중근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탁병오 서울시 기획예산실장, 황두연 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황이택 전북일보 서울본부장 <이상 가나다순>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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