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올해,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문화부문예산이 정부 전체예산 대비 1%의 벽을 넘어섰다. 문화관련예산은 9천3백15억원. 지난해의 6천6백47억원에 비해 40.1%나 증가한 것이다. 문화가 국가의 종족변수로서가 아니라 중심축으로서 자리잡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움직임이다. 문화는 이제 더이상 삶의 장식품이 아니라, 발전을 가늠해가는 원동력이자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지향점이 된 것이다.
전북도 문화예산이 날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정부의 문화예산이 전체 대비 1%를 넘어선 것은 올해지만 지자체의 경우 비율로만 보자면 대부분이 수년전부터 1%선을 넘어서있다. 올해도 전북도내 지자체 중 대부분이 1% 이상의 문화예산을 책정했다. 1%에 미치지 못한 지역은 완주 진안 순창 등 세곳. 지난해 0.57%에 불과했던 김제의 경우, 올해는 거의 배이상이 늘어난 1.01%에 이르렀고 고창의 경우도 0.69%에서 1.35%로 대폭 늘렸다. 3% 이상을 책정한 지자체도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전주는 자그만치 1백75억 1백만원으로 6.06%를 문화예산으로 투입한다. 지난해의 104억2천5백만원(3.8%)보다도 2.26%나 늘어난 것이다. 전체예산대비로는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문화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남원(4.6%) 익산(3.66%) 정읍(3.14) 등이 높은 문화예산을 책정해놓았다.
문화와 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진 상황에서 문화산업이 21세기를 주도한다는 인식이 지자체에도 확산된 까닭이다. 그러나 높아진 문화예산에도 불구하고 이 예산들의 효용도는 문화의 질을 높여가는 환경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화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물 신축 등 외형적인 사업들이 문화예산의 거개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절실하게 요구되는 창작지원금이나 문화자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예산은 여전히 부족하기만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자체의 문화예산이 얼마전부터 큰폭으로 늘어난 것은 문화공간이나 건축물 등 하드웨어측면의 사업들이 크게 늘어난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문화환경과 기반조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런 외형적인 사업들은 가뜩이나 문화적 환경이 척박한 지역적 여건으로서는 우선 필요한 사업들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나치게 하드웨어의 측면에만 정책의 중심을 실어놓은 나머지 정작 하드웨어를 통해 발휘되어야 할 문화적 자산들은 놓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화는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꼽힌다. 문화의 산업화, 혹은 산업의 문화화가 넘나들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서 창조적 예술문화활동이나 창작여건의 조성, 문화자원의 보존은 그 어느것보다도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하는 사업들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당장 보이지 않는 것 보다는 보이는 것들에만 얽매어 문화적 가치의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
문화전문가들은 근래들어 지자체들이 문화정책을 강화한다는 명분아래 한결같이 공간 건립이나 조각공원 등 외형적인 사업들을 앞세우는 현상은 문화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성과 위주의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각 지자체별로 문화예산의 쓰임을 보면 대부분이 외형적인 사업들이나 일회성행사에 치우쳐 있다. 가장 생산적이어야 할 문화예산이 소비적인 편향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올해 예산만해도 문화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면서도 하드웨어의 시설적 측면에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자된다. 문화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반 조성에 인적 자원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이나 창작활동의 활성화를 비롯한 여건 구축은 거의 소외되어 있다. 장기적인 문화예술기금 마련에도 소홀하다. 실질적으로 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기반 자체가 너무 편중되게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건물이나 시설확충 등의 사업이 제외된 상태라면 대부분의 지역 문화예산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바 없다. 문화예산의 폭이 사업규모에 따라 들쭉 날쭉하는 이유는 그 대부분이 외형적인 시설 확충에 몰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행히 전주시를 비롯한 몇몇 지자체에서는 올해부터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창작사업과 예술인과 단체 지원사업에 나섰다. 문화예산 규모에 비추어 그 폭이 매우 낮긴 하지만 사람과 단체에 대한 배려는 문화정책 입안자들의 변화된 의식을 보여주는 셈이다. 문화계에서는 지자체들이 문화산업의 육성을 성공적으로 거두려면 안정된 문화예산를 지속적으로 확보 해나갈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이 먼저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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