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인류의 재앙으로까지 불리고 있는 에이즈는 인체 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에 의해 초래되는 질환으로 감염된 사람은 결국 면역기능을 상실하게 되어 각종 감염병으로 사망하게 된다. 21세기가 시작된 지금까지도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없으며 에이즈로 진행된 사람은 모두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유엔에이즈(UNAIDS)의 발표를 보면 1999년 12월 현재 전세계 HIV 감염자 및 환자 수는 총 3천3백60만명 정도이며 이중 1천6백30만명 정도가 이미 사망하였다. 1999년 한해에만 전세계적으로 5백60만명이 신규감염 되었으며 2백60만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지역별로는 아프리카지역이 2천3백52만명으로 가장 많고 동남아시아, 아메리카 지역 순이다. 그러나 실제 감염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1999년 12월말 현재 총 감염자수는 1천63명(남자가 9백25명, 여자 2백7명)이며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가 7백18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20세 미만도 28명이나 된다. 현재까지 생존자는 8백29명이며 이중 환자로 전환된 사람은 1백65명이다. 비록 공식적으로 확인된 감염자가 1천여명에 불과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경우를 포함하면 훨씬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감염자의 년평균 증가율을 보면 최근 5년간 12.8%이었으며 1999년도에는 45%로 3.5배나 증가하였다.
▲ HIV 감염자와 AIDS는 어떻게 다른가 ?
-HIV 감염자는 바이러스가 감염되어 몸안에 있으나 아무 증상이 없이 건강한 사람과 같은 상태이며, AIDS는 질병이 진행되어 여러 증세가 나타나는 환자상태를 말한다. HIV 감염자는 임상증상은 없으나 몸속에서 바이러스는 계속 증식하여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킬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이러스는 더욱 증식하여 뇌를 비롯한 전신으로 퍼져 여러 증세를 일으키게 된다. 인체의 주요면역세포를 파괴하므로써 각종 감염증이 생기게 되며 이런 환자상태를 에이즈(AIDS)라 한다.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HIV 감염자는 7-10년 후에 에이즈 환자로 진행되며 일단 에이즈로 진행되면 대부분 2년이내에 사망하게 된다.
▲ 에이즈의 원인과 감염 경로는 ?
-1983년 프랑스와 미국의 과학자들에 의해 인체 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odeficiency virus, HIV)가 원인 병원체로 확인되었다. 원인 바이러스는 HIV-1과 HIV-2의 두종류가 있으나 나타나는 증상은 비슷하다. 감염경로는 감염자와의 성접촉이나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에 오염되는 경우가 있으며 감염된 임산부에서는 태반을 통한 태아감염이나 모유 수유를 통해서도 감염된다. 성접촉은 가장 흔한 전파방식으로 성인감염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동성애나 건전하지 못한 성생활이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이성간의 성행위시 0.3%의 감염율을 보이며 횟수가 증가할수록 위험도는 급격히 증가한다. 아울러 다른 성병이 있거나, 포경인 경우, 자궁내 피임기구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감염의 위험도가 높으며 남자에서 여자에게로의 감염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 수혈이나 혈액제제의 사용 및 장기이식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으나 혈액에 대한 HIV 항체검사가 보편화 된 후에는 현저히 감소하였다.
우리 나라에서도 감염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감염경로가 확인된 9백45명 중 9백5명(95.8%)이 성접촉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성접촉 대상은 국내이성 3백90명, 국외이성 2백67명, 동성연애 2백48명이었다. 수혈이나 혈액제제에 의한 감염자 수는 38명이 있었으며, 이들은 모두 혈액에 대한 검사가 시행되기 전에 발생하였으며 1995년 이후에는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감염경로에 대해 과잉우려를 하여 감염자와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고 있으나 생활 속에서의 일상적인 접촉으로 감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에이즈로 진행되면 어떤 증상이 생기나 ?
-HIV 바이러스는 뇌를 비롯한 신경조직에 잘 침투하므로 운동이나 기억력 감퇴가 잘 온다. 특히 면역기능저하로 인해 각종 감염증이 생기게 되며 이는 에이즈 환자의 주요 사망원인이 된다. 감염증으로는 폐렴 등 호흡기 감염과 소화기 감염, 패혈증 등이 많으며 결핵의 악화나 재발도 HIV 감염자에서 에이즈로의 진행을 예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 에이즈의 진단은 ?
-에이즈의 진단은 원인 병원체인 HIV의 감염 여부를 검사하므로써 가능하다. 혈액내 HIV 항체를 검사하여 양성반응을 보이면 HIV 감염자로 진단할 수 있다. HIV 항체는 감염자의 혈액은 물론 정액이나 질분비물, 활액 등 체액과 모유에서도 검출된다. 일반적으로 HIV 감염후 3주-3개월에 양성 반응을 보이므로 HIV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초기 검사가 음성인 경우에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시 검사하여 확인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3분 이내에 결과를 알 수 있는 간단하고 신속한 진단방법도 개발되어 있다. HIV 감염자에서 에이즈 환자로의 진행 여부를 평가하는데는 여러 가지 임상 증상과 함께 혈액내 백혈구수, T 림프구수 등 보다 전문적인 검사들이 이용되고 있다.
▲ 에이즈의 치료는 ?
-1987년 최초의 치료약제인 AZT가 개발된 이래 많은 치료약제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몇몇 약제들은 미국 FDA의 공인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다만 초기에 여러 약제를 복합투여하므로써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을 뿐이다. 항바이러스제제 투여와 함께 에이즈 환자의 주요 사망원인인 감염증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와 예방적 화학요법도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으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여러 가지 예방접종도 적극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 에이즈 예방은 ?
-아직까지 HIV 감염자나 환자를 완치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효과적인 백신도 개발되어 있지 않고 자연치유도 보고된 적이 없다. 따라서 에이즈 바이러스의 감염경로를 잘 숙지하여 이를 막아주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다. 우선 건전한 성생활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콘돔의 사용도 위험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콘돔은 HIV나 다른 균의 감염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만 100% 안전한 것은 아니며 콘돔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올바른 사용이 대단히 중요하다. 남성용 콘돔으로는 고무콘돔이 추천되고 있다. 폴리우레탄 콘돔은 아직까지 그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천연콘돔은 HIV 감염을 예방할 수 없어 추천되지 않는다. 최근에 개발된 여성용 콘돔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 조직세포 등을 다루는 경우에는 고무장갑이나 고글, 가운을 사용해야 하며 사용한 의료용품들도 규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인터넷정보: http://www.aids.or.kr)
⊙ 에이즈 丹想
나는 이따끔 동물원을 즐겨 찾는다. 동물원을 즐겨 찾거나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넓고 한적한 그 분위기도 마음에 들지만 내가 좋아하는 동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많은 동물들을 대하면서 생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신비하고, 또 그 생명을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생명의 탄생과 종족 보존의 기본인 성행위는 그래서 더없이 고귀하고 성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많은 동물들을 보면서 서로 합의되지 않은 성행위를 본적이 없으며, 생존과 종족보존 이외의 이유 때문에 암·수가 서로 싸우는 것을 본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그 고귀한 성행위가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인류를 파멸시키고 있다. 에이즈는 이미 통제불능상태에 빠진지 오래되며 가까운 시일내에 혁명적인 연구 결과를 얻지 못하면 우리 인류는 엄청난 재앙을 겪으면서 파괴될 것이다. 사람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종족번식 이외의 목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거의 유일한 동물이며 합의되지 않은 성행위도 서슴치 않는다. 아마도 생존 이외의 이유 때문에 암컷과 숫컷이 서로 싸우고 반목하는 것도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사람을 부끄럽고 염치없게 만드는 성병은 종족번식 이외의 성행위와 함께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성병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성기에 병변을 일으키는 경우를 의미하나 에이즈는 성기에는 별다른 병변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성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매독, 임질 등 많은 성병들이 성접촉에 의해 전파되며 에이즈의 전파경로도 이들과 같기 때문이다.
생명과 종족유지의 핵심인 성행위, 그 고귀함과 신성함이 훼손되었을 때 우리 인류는 엄청난 재앙을 겪게 될른지도 모른다. 20세기말에 시작되어 21세기까지도 그 위세를 더해가고 있는 에이즈는 분명 우리 인류의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어느 누구도 다가오는 재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 이러한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로부터의 해방이 아주 작은 마음가짐만으로도 가능하리라 믿는다. 그 작은 마음가짐은 우리 주위의 자연과 하찮은 동물한테서도 쉽게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들의 모든 성행위는 나름의 엄격한 질서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종족보존이라는 생명체의 본질에 극히 충실할 따름이다. 문란한 것 같으면서도 신성하고, 위험한 것 같으면서도 안전하고, 일방적인 것 같으면서도 합의가 전제되는 멋진 만남, 이것이 내가 아는 그들의 성생활이다. 그들의 멋진 모습을 함께 그리는 분들께 손을 꼭 잡고 가족과 함께 하는 동물원 나들이를 권하고 싶다.
◎김정수 교수 약력
연세대 의대와 같은 대학원 졸업.
미국 Harbor UCLA Medical Center 연수.
현재 전북대병원 소아과 주임교수와 대한감염학회 부회장으로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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